여권 악재에도 지지율 못 뛰는 야권, 장동혁·한동훈·이준석이 갈라놓은 판

여권 악재에도 지지율 못 뛰는 야권, 장동혁·한동훈·이준석이 갈라놓은 판

  • 기자명 오두환 기자
  • 입력 2025.11.18 11:31
  • 수정 2025.11.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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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만 본다”는 장·한·석의 정치, 보수 확장 막나
전투력은 넘치는데 인화력은 부재… 보수 3인의 딜레마
연대의 정치, 누가 시작할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중도·보수 외연 확장을 둘러싼 보수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의 10·15 부동산 대책,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 등 악재가 겹쳤지만, 정당 지지율 흐름은 야권(범보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4일 무선 자동응답 여론조사를 실시해 17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6.7%, 국민의힘은 34.2%였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0.2%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0.6%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정부에 대한 피로감과 검찰 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판세 역전을 예고할 만한 ‘보수 쏠림’은 보이지 않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그 배경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각자도생(各自圖生)식 정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견제라는 공통 목표에도, 세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거나 조율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개전투에 빠진 ‘장동혁·한동훈·이준석’

범보수권의 세 축으로 불리는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세 사람은 지난 대선 이후 한자리에 모여 정치 현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 야권 일각에선 “이 구도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체념 섞인 말까지 나온다.

현재 판 위의 ‘1번 주자’는 명실상부하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다. 장 대표는 지지율 정체의 원인을 내부 갈등에서 찾는 듯한 시각을 드러내 왔다. 강성 지지층 결집을 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전략도 숨기지 않는다.

그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12월 말까지는 지지층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하며 당 노선을 선명하게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발언 수위도 높다. 보수 성향 유튜브 ‘이영풍TV’와 매일신문 유튜브에 잇따라 출연한 장 대표는 “지금 이재명 정권과 협치나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협력할 야당, 협상·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지금은 이재명 정권, 민주당과 강하게 싸울 때이고 잘못된 것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재명 정권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은 헌법을 개정해 사회주의 헌법으로 가는 것”이라며 “사회주의 헌법으로 바뀌면 대한민국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저희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권을 ‘체제 전복,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규정하며, “우파 시민이 총단결하고 총공세 하지 않으면 내년 선거가 쉬운 선거는 아닐 것”이라며 강경 보수 연대를 촉구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에는 유리하더라도, 중도·무당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당 대표의 사적 감정은 내려놓고 이길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며 “지금처럼 자기 진영만 바라보는 메시지는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와 다른 방향에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장동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이후, 그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 추미애·박범계 민주당 의원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대여(對與) 공세의 전면에 섰다. ‘야권에서 가장 잘 싸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지층에게 각인시키려는 행보다.

그는 MBN 방송에 출연해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가 왜 출마 안 하겠다고 선언해야 하느냐”며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모든 걸 다 고려한다”고 말했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 둔 발언으로, 향후 보수 진영 내 권력 구도와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한 전 대표를 둘러싼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계엄·탄핵 정국에서 장 대표 등 다수 의원과 노선 차이를 보였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전 대표의 전투력은 인정하지만 인화력이 떨어진다”며 “이제는 본인이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당 안팎 인물들을 한 테이블에 모으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전투력은 넘치는데 인화력은 부족”… 조갑제의 ‘4S’ 분석

보수 논객 조갑제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전 대표를 “삼국지의 주인공인 ‘單旗匹馬(단기필마) 조자룡(趙子龍)의 환생”에 비유했다. 그는 한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을 몽골 기마군단 전략에 빗대 ‘4S’(Speed·Simplicity·Steppe·Self-confidence)로 설명했다.

조씨에 따르면 한 전 대표의 강점은 무엇보다 ‘속도’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움직임을 감지하자마자 “2025년 11월 8일 0시에 대한민국 검찰이 자살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기습 공격에 나섰고, 이후 페이스북 글·방송 인터뷰·유튜브 출연을 통해 “빛의 속도”에 가까운 공세를 이어갔다는 평가다.

메시지도 단순하다. 그는 “검찰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이 7000억 재벌이 되었다” “이런 지시를 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1명뿐이다” 같은 구호성 문장으로 핵심을 찔렀다. 복잡한 법리 설명 대신, 대중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상대의 ‘급소’를 타격하는 방식이다.

조씨는 또 SNS를 ‘초원(Steppe)’에 비유하며, 장벽 없는 환경에서 속도와 간결함이 최대의 무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법리와 사실에 대한 자신감이 결합해 한 전 대표의 공세가 “전광석화 같은 기마군단의 공격”처럼 먹혀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부정 여론이 우세했다는 점, 빅데이터 분석에서 한 전 대표 검색량이 압도적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런 분석은 ‘전투력 중심’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속도와 단순한 메시지는 지지층 결집에는 유리하지만, 정치 동맹을 설계하고 타협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는 인화력, 네트워크, 조직 관리 능력이 중요해진다.

지금 보수 정치판에서 제기되는 고민도 바로 이 지점이다. 누가 여권을 향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도, 장동혁·이준석 등 다른 축들을 설득하고, 중도 유권자를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보수의 또 다른 축이지만, 현 체제 안에서 ‘독자 생존’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는다. 이 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파란 윤석열’이 되려는 것이냐”고 비판하며,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했던 프레임을 그대로 이 대통령에게 돌려세웠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훈 대령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을 때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이 대통령이 일선 검사의 항소까지 막아 세우면 똑같은 말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권력의 사법 개입’으로 규정하며,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오늘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책·노선 면에선 여권과 선명하게 각을 세우고 있지만, 선거 지형에서는 현실적 고민이 크다. 지난 대선에선 ‘간판스타’ 이준석 본인이 전면에 나섰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선 각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얼마나 수혈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개혁신당 인사들 사이에선 “다자 구도에서는 당선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의 선거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선 “같은 팀인 것처럼 항상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대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이른바 ‘계엄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보수 재편 과정에서 이 조건이 충족될지는 미지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보수의 정체기, 누가 판을 ‘묶을’ 것인가

지금의 보수 정치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투력은 있는데, 판을 묶는 사람은 없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장동혁 대표는 강성 지지층 결집을 통해 여권과의 정면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속도감 있는 메시지로 여권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이준석 대표는 여권과 기득권 정치 전반을 동시에 겨냥하며 ‘제3의 보수’를 표방한다.

하지만 세 사람 사이에 전략적 분담이나 연대의 그림은 뚜렷하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신당 내부에서조차 “결국 국민의힘과 손을 잡지 않는 한, 다자 구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나오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이 열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여전하고, 장 대표의 강경 발언은 중도 확장을 고민하는 이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관건은 ‘누가 먼저 자기 지지층을 넘어설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장 대표가 말한 것처럼 “12월 말까지는 지지층에 무게 중심을 두”는 전략이 장기화되면, 보수는 자기 진영 안에서만 박수치는 정치에 머물 수 있다.

한 전 대표가 조갑제씨 표현대로 “단기필마 조자룡”식 공격에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인 연대·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보수 전체의 지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준석 대표가 요구하는 ‘계엄의 강’ 건너기, 즉 과거 권력과의 단절 역시 실제 정치과정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다만 여권의 독주를 견제하고 권력의 균형을 맞춰 달라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요구가 누적될 경우, 세 사람 모두 지금처럼 ‘각자 정치’를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 세 인물이 보수 지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그리고 서로를 어떻게 대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가 계속될지, 아니면 각기 다른 ‘전투력’을 하나의 판으로 묶는 연대의 정치가 시작될지, 보수 유권자들의 눈은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세 사람에게 동시에 향해 있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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