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비밀 회동설’을 근거로 사퇴·탄핵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거론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모친 측근 김충식 씨 모두가 한목소리로 “사실무근”이라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음모론’까지 동원했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영향을 끼치면서 ‘윤석열 커피 사건’과 매우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한 치의 사과 없이 “떳떳하다면 수사를 받으라”는 식의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 수준의 주장을 여당이 공적 권력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태다.
이번 회동설의 시발점은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였다. 이 채널은 지난 5월 ‘제보’라는 모호한 출처를 앞세워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은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음성을 공개했지만, 스스로도 “아직은 주장일 뿐”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해당 음성을 틀며 “윤석열 탄핵 직후 4인이 만났다”는 주장을 공표했다. 유튜브발 음모론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타고 공식 의제화된 셈이다.
곧이어 김어준도 자신의 방송에서 “이거는 큰 스캔들이라서, 이 만남 자체를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아직 사실 확인이 안 됐다”라고 불을 붙였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처음 듣는 내용이지만, 제가 알기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대법원장님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무려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지난 15일 김어준 유튜브에 김승원·김기표 의원이 출연해 회동설을 다시 제기했다.
다음 날인 16일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헌재에서 대통령 파면 결정이 이뤄지고 3일 후인 4월 7일경에 한덕수, 정상명, 김충식, 조 대법원장이 만났다는 제보가 있었다”면서 “이 모임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부 의원 말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사실이라면 국민적으로 굉장히 충격”이라고 했다. 유튜브발 허위사실을 대정부 질문에 가지고 나와 의원이 주고 총리가 받아챙기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진 것.
정청래 대표는 17일 “내란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했다. 그러나 근거는 단 하나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거론된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만난 사실조차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 채, 사법부의 신뢰를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고 있다.

민주당의 여론전에 조 대법원장 등 회동설 당사자들은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그런데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 때 반대 목소리를 못 냈던 조 대법원장이 본인 의혹에 대해서는 참 빠른 입장 표명을 했다”며 “이러니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언론을 향해선 ‘허위보도엔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들이대며 언론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검증되지 않은 유튜브발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하며 사법부 수장을 향해 사퇴·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권력에 불리한 사법판결에는 ‘정치적 배후’를 씌우고, 확인도 안 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퍼뜨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에 불만이 있다면 합리적 토론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 있는 태도다. 그러나 민주당은 유튜브발 ‘괴담’을 발판 삼아 대법원장을 흔들고, 특검 카드까지 들이밀며 정국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내내 아스팔트에서 했던 ‘가짜뉴스’, ‘음모론’을 또 다시 들고 나와 정국을 흔들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