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학자, 李 정부 '직격'… "美에 돈 주는 대신 수출 기업 지원해야"

美 경제학자, 李 정부 '직격'… "美에 돈 주는 대신 수출 기업 지원해야"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9.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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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달러 대미 투자, GDP 0.7% 감소분 막으려는 불합리한 선택"
"트럼프는 신뢰할 수 없는 협상 파트너… 언제든 추가 요구 가능"
"중국 위협 명분 협상도 '미친 짓'… 美 우선주의 오판한 것"

딘 베이커 [사진=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딘 베이커 [사진=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미국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가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관세 인하를 위한 거액의 투자 약속이 오히려 한국 경제에 불리하며, 차라리 피해를 입을 수출 기업과 노동자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선임경제학자 딘 베이커(Dean Baker)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센터 홈페이지에 게재한 '일본과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보다 자국 수출업자에 돈을 줘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투자 약속의 성격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트럼프가 설명한 방식과 조금이라도 유사하다면 한국과 일본이 합의를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직접 지정하거나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기에 투자 패키지 구성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양국 간 최종 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베이커는 관세가 다시 25%로 복귀할 경우 한국의 연간 대미 수출액이 약 125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국 국내 총생산(GDP)의 약 0.7%에 해당한다. 베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은 125억 달러의 수출액을 보호하기 위해 350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하는 셈"이라며 "왜 한국이 이 같은 불합리한 조건을 수용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320억 달러였다.

베이커는 대안도 제시했다. "3500억 달러의 20분의 1만 피해 기업과 노동자 지원에 투입해도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전체 약속액의 5%만으로도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커는 "이 경우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도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는 협상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맺은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언제든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한국 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투자가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짜 돈을 쥐여주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보 논리에 대해서도 베이커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있을 경우 미국의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합의를 타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군사행동에서 한국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미친(crazy) 짓'"이라고 단언했다.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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