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430조 원 규모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운용 실태는 거의 '방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방법도 모르고 투자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은행이나 증권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기관에 쌓인 퇴직급여를 주식이나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 불릴수 있다.
일반적인 퇴직금처럼 근로자가 받을퇴직 급여액이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과 회사가 납입할 부담금(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 확정되는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그리고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431조7000억 원, 2023년(382조4000억 원)에서 1년 새 약 13%(약 49조3000억 원) 증가했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률은 53.0% 수준이다.
양적으로는 훌륭한 성과를 달성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것은 역시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이다.
퇴직연금의 전체 수익률은 지난 5년 간 2%대 불과하고, 10년의 장기 수익률에 있어서도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금리가 3%를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예금보다 못한 운용 성적을 낸 셈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8일~23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퇴직연금 자산의 61.8%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었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은 38.2%에 불과했다.
그런데 응답자의 42%가 수익률 연 10% 이상, 25% 이상까지 바라고 있었다.
운용 경험이 없는 응답자들 중 '원리금보장형 상품만으로도 만족해서(16.1%)'라는 답변과 '연금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싶어서(12.8%)'를 합치면 약 2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한번도 투자해본 경험이 없어서(12.6%) ▲투자하는 방법을 몰라서(12.3%) ▲투자하는 방법이 복잡해서(12%) ▲금융상품을 이해하기 힘들어서(9.6%) ▲시장을 챙길 시간이 없어서(9.6%) ▲지인들의 투자실패를 보고(9.3%) 등이 차지했다.
고객들이 연금 자산을 관리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상담을 받을 곳도 마땅하지 않은게 현실이다. 대부분 모르거나 '투자'는 '손실'의 위험이 따라오기 때문에 두려워서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에 노출돼 있는 단기 투자보다 쉽게 돈을 빼지 않는 퇴직연금 계좌가 장기투자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와 목표시점펀드(TDF)가 보편화되면서 퇴직연금 투자가 수월해졌다.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설문조사에서도 ETF를 담고 있다는 응답이 52.3%로 절반을 넘었다. 적극형(실적배당형 40% 이상) 가입자는 ETF 보유율이 77.7%에 달했다.
ETF는 유망한 업종 기업을 다수 담아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해외에도 투자할 수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로 투자 자산과 안정적인 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상품으로, 상품에 따라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퇴직연금 계좌에 TDF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25.6%였고, 적극형 투자자들은 38.4%가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는 노후생활 안정화를 위해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제도 '의무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규모별로 단계적인 의무화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자율적인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은 기업일수록 퇴직연금 의무화에 재정·행정 부담이 가중될 것을 감안해 중소·영세사업장에는 재정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