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21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 씨를 피의자로 적시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 씨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공표용 및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이를 ‘뇌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의 ‘시간 순서’조차 맞지 않아 특검 수사에 심각한 법리적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이른바 ‘김건희·명태균 특검’ 수사와 관련한 법조계 설명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 8일 김 전 의원과 윤상현 의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여론조사를 대가로 보궐선거 공천을 사전 공모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공모 시점이 ‘보궐선거 발생 사실 자체가 알려지기 전’이라는 점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사직한 직후인 2021년 4월부터 여론조사를 받아봤다고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명 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인터넷 워치독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명 씨에게 “당선인 쪽에서 창원 의창 경선 실시하라고 왔다는 거 같은데요”라고 보냈고, 명 씨는 “아닙니다. 윤한홍이 장난친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이 의원이 “윤한홍이 누구한테요?”라고 묻자, 명 씨는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윤한홍이 윤상현 의원에게요. 사모님이 두 번이나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드렸고요”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오늘 오후 4시에 저한테 한기호 (사무)총장이 카톡 보내놓은 걸 방금 봤는데”라며 “한기호 총장이 윤한홍 말을 들었을 리가 없는데”라고 했다. 이에 명 씨는 “김영선 의원이 공천 받는다고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당선인은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명 씨는 이 의원에게 문자 캡처를 보내며 “윤상현 의원에게도 이런식으로 장난을 치는 문자를 보냈어요”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 윤석열, 1년 전부터 창원 의창 보궐선거 미리 알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보궐선거 공천을 사전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보궐선거의 발생 자체가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야 결정됐다는 점이다. 창원 의창 보궐선거는 박완수 당시 의원이 2022년 3월 28일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발생했으며, 이는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3월 9일보다 20일 뒤의 일이다.
즉,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도 전에, 이후 보궐선거가 발생할 지역까지 예언하고 공천 거래를 했다는 셈이 된다. 누가 봐도 ‘시간의 순서’를 무시한 무리한 수사 논리다.

두 번째 : 공표용 여론조사도 뇌물?
특검은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 23건, 피플네트웍스의 공표 여론조사 45건, 총 3억18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공표된 여론조사를 받았다고 뇌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법인 황앤씨의 김소연 변호사는 “공표용 여론조사의 경우 의뢰기관과 수행기관이 공개되므로 법리상 뇌물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표용 여론조사는 누구든지 접근 가능한 정보이며, 이를 뇌물로 판단하는 건 법체계의 기본 원리조차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세 번째 : ‘뇌물죄’ 성립하려면 ‘공무원 신분’ 있어야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민간인
더 근본적인 문제는 뇌물죄가 적용되기 위한 ‘신분 요건’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여론조사를 받은 시점은 검찰총장을 사직한 2021년 4월 18일 이후부터 대통령 후보가 된 2022년 3월 8일까지다. 즉, 두 사람 모두 당시 공무원이 아니었다.
김소연 변호사는 “공무를 담당하는 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을 때만 뇌물죄가 성립한다”며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검사의 신분도,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도 아닌 민간인이었기에 뇌물죄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전수뢰죄(장래 공직자에게 뇌물 제공)를 적용하려면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라는 걸 명 씨가 알았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다.
명 씨 측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도 “뇌물죄는 ‘진정신분범’이라 성립 요건이 엄격하다”며 “특검이 무리하게 법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 번째 :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도 법리상 ‘무리수’
특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상 신분범 역시 ‘공직 후보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단순히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공표 여론조사는 단순 참고자료이며, 여야 각 당 모두 여의도연구원 등에서 상시로 유사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은 정치권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민심 흐름을 추적하는 도구에 불과하며, 공표용이나 비공표용이라 해서 영향력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특검은 공표된 여론조사까지 뇌물로 간주하며 금액을 부풀리는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명태균은 정치자금법상 신분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검이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특검의 이 사건 수사는 시점, 신분, 법리 모두에서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다.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