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시온주의자 적들은 큰 실수를 저질렀고,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히며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메네이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그들은 응징돼야 하며 현재 처벌받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후 24시간여 만에 나온 하메네이의 첫 공식 반응으로,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란 당국자들은 일련의 규탄 성명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며 대응을 예고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2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이 우릴 공격했다. 당연히 대응을 받아야 한다"면서 미국을 직접 비난했다.
미국은 22일 포르도를 비롯해 이란 핵시설 3곳을 전격 공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이란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는 왜 안 되느냐"고 했다. 트럼프는 오랜 경제 제재와 여성·소수자 권리 억압 등으로 누적된 이란 국민들의 불만과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한 이후 벙커에 은신 중이다. 그는 자신이 암살당할 경우를 대비해 3명의 후계자를 지명하고, 사후 후계절차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언급한 ‘정권 교체’는 36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온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교체뿐 아니라,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6년간 종교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를 동일시해온 ‘신정 체제’를 뒤엎는 체제 변혁을 의미한다.
최근 이란 정권 내부 기능의 무능함이 지적되어 왔다. 지난해 7월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내부 보안, 정보 통제 실패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정권의 무능함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NYT와 BBC 등은 이란의 청년들이 정권에 갖고 있는 반감을 보도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체제 붕괴 및 급격한 상황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놨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조선일보를 통해 "내부에 다양한 불만이 있지만 외부로부터 피해가 큰 상황이라 이런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르고 외부에 대한 반감이 안정된 후엔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승훈 서울대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박사는 "하메네이를 제거해도 장기간 집권으로 축적된 견고한 신정 체제가 곧바로 무너지긴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누적된 반인권적 통치에 대한 불만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진행해온 무력충돌과 관련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으며, 24시간 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