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봉쇄’ 가능성 커지나…호르무즈 해협, ‘폭’ 좁지만 페르시아만-대서양 잇는 유일한 해로

이란, ‘봉쇄’ 가능성 커지나…호르무즈 해협, ‘폭’ 좁지만 페르시아만-대서양 잇는 유일한 해로

  • 기자명 김미희 기자
  • 입력 2025.06.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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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21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리스크가 점점 더 확대되는 가운데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2주간의 ‘시한’을 뒀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면서 점점 확전 일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22일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지만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란이 보복조치를 강구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전면 봉쇄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이어진 상황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약 160㎞에 좁은 곳은 폭이 약 50㎞ 정도에 그치지만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라는 점에서 지정학적으로 전략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2천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이 같은 운송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과 비교해서는 전체 운송량의 약 4분의 1이 이 해협을 관통해 운반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대부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향한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내 피해 또한 커질 수 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더구나 호르무즈 해협은 지리적 특성상 이란이 봉쇄 작전을 펼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 있는데, 이런 대형 선박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얕은 수심으로 인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기뢰 공격에 취약할 수 있으며, 이란 해안선에 근접해 있어 미사일 공격이나 소형 순찰정, 헬기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잠수부들이 목표 선박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의 ‘림펫 기뢰’, 부력과 중력을 이용해 수면 바로 아래에 있다 접촉 시 폭발하는 ‘계류 기뢰’,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목표물이 접근하면 부상해 폭발하는 최신식 ‘침저기뢰’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시장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앞서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어떤 형태의 봉쇄든 급격한 유가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해협 봉쇄 시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안팎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란이 실제 봉쇄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이날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이란인들 입장에서 자살 행위”라며 “이란의 전체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돌아가고 있다. 그것(해협 봉쇄)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이 같은 시각에 동조했다.

이란의 경제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수출 통로가 막힌다면 이란 경제가 버틸 수 없을 것이란 평가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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