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법정구속 된 까닭…수감 중에도 수십억원 보수 받아

[집중분석]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법정구속 된 까닭…수감 중에도 수십억원 보수 받아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5.06.0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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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법원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게 징역 총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사진은 지난해 공판 출석하는 조현범 회장.(연합뉴스)
지난 5월 29일 법원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게 징역 총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사진은 지난해 공판 출석하는 조현범 회장.(연합뉴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현범 회장은 2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데, 법원은 ▶한국앤컴퍼니 모태이자 타이어 제조업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등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한국타이어 명의로 구입·리스한 혐의 ▶회사가 고용한 운전기사임에도 배우자를 수행하게 한 혐의 ▶개인적 친분이 있는 주식회사 리한에 사적 목적으로 계열사 자금 50억원을 대여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다만,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의 단초가 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구 MKT)의 ‘타이어 몰드(타이어를 찍어내는 틀)’를 비싼 값에 사들여 131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과정에서, 조현범 회장이 관여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무죄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조현범 회장을 법정 구속하면서도, 검찰 구형(12년)의 4분의 1 수준인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현범 회장은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2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또한 항소했다. 쌍방 항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항소심에서 조현범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앤컴퍼니 및 계열사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는 조현범 회장이 즉각 임원직에서 사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조현범 회장이 법정구속에까지 이르게 된 경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 조 회장의 임원직 사임을 촉구하는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한국타이어 통해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한국프리시전웍스 부당 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일부 배임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조현범 회장은 앞서 2020년 11월 28일 배임수재죄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바 있는데, 재판부는 해당 판결 확정 전에 범한 범죄와 이후 범행을 나눠서 형을 선고했다.

이는 조현범 회장이 집행유예 기간 중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1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확정 전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을, 형 확정 이후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함에 따라, 합계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이다.

조현범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기존에 허용했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11월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 몰드를 비싼 값에 구매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4년여간 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 몰드 원가를 과대계상(금액 부풀리기) 해서 구매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한국타이어는 131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가를 부풀린 타이어 몰드를 한국타이어에 판매한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수익은 대주주인 조현범 회장 등 오너일가 배당금으로 돌아갔다.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지분은 한국타이어 50.1%, 조현범 회장이 29.9%,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전 한국타이어 고문이 20.0%를 보유하고 있다. 2016~2017년 2년 동안 한국프리시전웍스는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전 고문에게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공정위의 한국타이어 고발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는 수사에 돌입했고, 2022년 12월 조현범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공정위에 조 회장 고발을 요청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비싼 값에 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조현범 회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에, 조 회장에 대한 고발을 요청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檢, 공정거래법 위반 131억원+횡령‧배임 75억원 적발…“기업 재산을 노골적으로 사유화” 구속 기소

조현범 회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023년 3월 27일 조현범 회장을 특경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를 통해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한국프리시전웍스를 부당 지원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131억원 상당) 외에도, 조현범 회장이 2017∼2022년 사이 75억 5000만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정황을 적발한 것이다.

조현범 회장은 현대자동차 협력사 ‘(주)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지훈 리한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별다른 담보 없이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자금 50억원을 빌려줬다고 한다.

또한 조현범 회장은 개인 주거지 가구 구입 비용 2억 6000만원을 한국타이어 신사옥 건설 때 필요한 가구 대금에 합산하거나, 개인 주거지 이사비용 1200만원을 해외 파견직원들의 귀임 비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나아가 한국타이어에서 고용한 운전기사를 본인 배우자 전속 수행 기사로 배치했고, 또 조 회장 본인이 한국타이어 등 계열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채무를 진 지인에게 한국타이어 계열사 법인카드를 주고 사용하게 한 뒤 대금은 회삿돈으로 대납하게 하는 등의 혐의(배임)도 받았다.

아울러 페라리 등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한국타이어 계열사 명의로 구입·리스하게 하거나, 운전기사에게 문제가 된 차량 일부를 은닉하도록 교사한 정황(증거은닉 교사)도 적발됐다.

조현범 회장을 구속 기소한 검찰은 “최초 한국타이어 법인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나, 총수 일가인 조현범 회장이 타이어 몰드 단가 책정 단계에서 사익을 취할 의사로 한국타이어에 불리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외에도 ▶본인 주거지 이사비 및 가구비를 법인 자금으로 대납 ▶회사 명의로 리스 또는 구입한 고가의 외제차량을 사적으로 사용 ▶법인 소속 운전기사를 아내의 전속 기사로 배치 ▶개인 채무 상환을 위해 지인에게 법인카드를 교부한 후 사용케 하고, 가족의 해외여행 경비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 ▶지인 회사를 돕고자 계열사 자금을 담보 확보 없이 대여토록 지시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 재산을 노골적으로 사유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심 재판부, 조현범 회장 법정구속…한국프리시전웍스 부당 지원 무죄로 검찰 구형보다 4분의 1 줄어

구속 기소된 조현범 회장은 2023년 8월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해 11월 조 회장 측이 낸 보석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구속된 지 8개월여 만에 풀려나게 됐다.

당초 조현범 회장의 구속 만료 기한은 최장 6개월이었지만, 검찰은 2023년 7월 조 회장이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를 적발해 추가 기소한 뒤, 8월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청구했고, 법원은 9월 조 회장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11월엔 조 회장 측의 보석 신청을 허가했다.

조현범 회장은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는데, 검찰은 지난 2월 27일 결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7900만원 상당을 구형했다.

조현범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게 제 불찰이고, 깊이 반성한다”며 “기업 경영의 프로세스를 바로잡고 가장 투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한껏 자세를 낮췄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비록 법정구속이 되긴 했지만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한국타이어를 통해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한국프리시전웍스를 부당 지원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몰드 가격 책정 방식이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유리하게 왜곡됐다거나 제조원가를 과대 계상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외에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대부분 유죄를 선고했다.

현대차 협력사 ㈜리한에 사적 목적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자금 50억원을 빌려준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조현범 회장은 대여 당시 리한의 재무 상태와 채무변제 능력이 매우 좋지 못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대여해 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페라리 등 조현범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한국타이어 계열사 명의로 구입·리스(17억 600만원 상당)하게 한 혐의와 관련해선 “조 회장이 테슬라·페라리·포르쉐 등의 차량을 최소 19회, 최대 350회가량 사용한 반면 한국타이어 계열사가 사용한 사례는 최대 5∼6회에 불과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조현범 회장 측이 공판 과정에서 타이어 테스트 목적으로 고가 차량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거의 발견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운전기사에게 문제가 된 차량 일부를 은닉하도록 교사한 혐의(증거은닉 교사)와 ▶조현범 회장 본인 또는 지인이 사용한 한국타이어 계열사 법인카드 대금을 회삿돈으로 대납해 5억 80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공소사실 ▶개인적인 이사비용(1200만원)과 가구 비용(2억 6000만원)을 한국타이어 회삿돈으로 대납하도록 한 횡령 혐의 ▶한국타이어에서 고용한 운전기사를 본인 배우자 전속 수행 기사로 배치해 4억 3000만원의 이익을 본 혐의 등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국타이어의 총수 일가로서 지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일부 범행을 부인하며 그다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유사 수법으로 판결 확정 후 범죄를 저질렀다”며, 조현범 회장을 법정 구속했다.

조현범 회장의 법정구속에, 한국앤컴퍼니 측은 언론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면서 “항소를 포함한 법적 대응 방안을 변호인단과 신중하게 협의 하겠다”고 밝혔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연합뉴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연합뉴스)

경제개혁연대 “항소심서 한국프리시전웍스 부당 지원 제대로 입증돼야…조현범 회장, 모든 임원직에서 즉각 사임해야”

조현범 회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2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역시 항소했다.

이와 관련, 경제 전문 단체인 경제개혁연대(경개연)는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단초가 된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는 무죄로 했는데, 이는 회사 내부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에는 가장 불리하고 한국프리시전웍스에는 가장 유리한 안을 조현범 회장이 선택해 131억원의 이득을 얻게 했다는 검찰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이 부분은 향후 항소심에서 제대로 입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현범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의 모든 계열사 임원직에서 즉각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경개연은 “조현범 회장은 이번 형사사건으로 2023년 3월 구속돼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한국타이어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려고 했고, 결국 안건은 철회했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해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면서 “한국타이어 등기이사로 2022년 23억원, 2023년 31억원의 보수를 받았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한 2024년에는 그보다 많은 보수 57억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에는 거의 대부분을 수감생활로 보냈지만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전년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기도 했다”며 “더욱이 조현범 회장은 2024년 한국타이어 이사 재선임은 철회하면서도,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수혜회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재선임됐다”고 했다.

나아가 “한국앤컴퍼니에서도 수감 여부와 무관하게 고액 보수를 받았고, 2023년의 경우 전문경영인 중 보수 최다수령자 대비 5.8배였다”고 꼬집었다.

경개연은 “조현범 회장이 한국앤컴퍼니의 계열사 자금을 사적으로 대여하거나 회사 재산을 개인적 용도로 편취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경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도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재판부 역시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그룹 총수 일가의 지위를 악용해 대부분의 범행을 저질렀고, 동종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자중하기는커녕 동종 범죄와 유사한 수법을 사용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는데, (이는)회사를 사유화했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따라서 조현범 회장이 계속 한국앤컴퍼니를 비롯한 계열회사에서 재직한다면 또다시 회사의 재산을 오용하거나 사적 편취가 발생할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사가 연루된 횡령‧배임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일정 기간 문제를 일으킨 회사의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은 회사를 보호하는 일차적인 조치라 할 수 있고, 이것은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총수 일가에게만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조현범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즉각 물러나 자신의 형사재판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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