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3/254496_253431_135.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언급해 배경이 관심이 쏠린다. 자신이 검사 시절 수사 지휘했던 '사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들을 떠올린 것으로, 단순한 소회가 아닌 현 사법부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석방 당시 "과거 구속 기소당했던 분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런 분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 자신이 '영장 쇼핑'이라는 편법으로 구속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음에도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했다. 공수처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이하 인권법) 출신 오동운 처장이었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이하 우리법) 출신이었다. 공수처가 선택한 법원도 우리법·인권법 회장을 지낸 정계선 헌법재판관이 원장으로 있던 서울서부지방법원이었다.
윤 대통령이 콕 짚어 언급한 양 전 대법원장 역시 과거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번번이 기각됐다. 하지만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 투입된 명재권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으로, 사법농단 수사팀을 이끌던 한동훈 검사와 연수원 동기였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고, 이는 '판사 쇼핑'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법농단 사태는 2017년 인권법 소속 이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 발령 논란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인권법 학술대회를 축소하려 했고, 이 판사가 항의하며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휩싸였다. 대법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의혹을 부인했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재조사를 요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물러나고, 우리법·인권법 회장 출신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추가조사위원장은 우리법 창립 멤버인 민중기 부장판사였고, 조사위원 대부분도 인권법 소속이었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2018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재배당되며 본격화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인권법 출신들은 사법부 핵심으로 부상했다. 민중기 위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발탁됐고, 관례를 깨고 3년간 유임됐다. 후임 성지용 중앙지법원장도 인권법 회원이었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역시 인권법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인권법 출신들이 주도하며 사법행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인권법 출신 판사들의 엄호 아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직접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했다. 윤 대통령은 임종헌 전 차장을 구속 기소했고, 양 전 대법원장도 구속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300여 쪽에 달하는 공소장은 조물주의 창조"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5년간 이어진 재판 끝에 지난해 1월 47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무리한 기소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검찰의 구속 수사 관행에 대한 반성적 고려를 담아 양 전 대법원장을 언급하는 식으로 에둘러 문제의식을 나타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영장 쇼핑'을 문제삼을 때마다 양 전 대법원장 사례가 떠올랐다"며 "이런 상황인데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