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언 및 증거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홍장원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가 요청을 받아 메모를 작성했다는 장소‧시간이 계속해서 틀리고 있고, 무엇보다 당초 작성된 메모가 단백질 덩어리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것보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식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포 메모 받아 적었다는 시간‧장소 자꾸 틀리는 홍장원…“오염된 진술”
‘윤석열 대통령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설’을 촉발시킨 홍장원 전 차장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 12‧3 비상계엄 당일 오후 11시 6분께 국정원장 관사 입구에 있는 공터에서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과 통화를 하던 중 체포해야 할 주요 정치인 명단을 메모지에 받아 적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홍장원 전 차장의 이 같은 증언은 거짓 증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해 “홍장원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 3일)오후 11시 6분에 국정원장 공관 앞 어두운 공터에서 메모를 쓰게 돼서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급히 썼다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11시 6분이면 (국정원)청사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며 “(당시)CCTV로 (홍 전 차장이 본인 사무실에 있는 걸)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즉,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의 통화에서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는 시간에 홍 전 차장은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가 아닌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는 게 국정원 CCTV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장원 전 차장은 지난 18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명단을 적은 것을 관저 공터에서 서서 적었다고 했는데, (지난해 12월 3일) 22시 58분(여인형 전 사령관과의 2차통화)에 공관 공터 상황과 23시 6분(3차통화)에 집무실에서 서서 받아 적었던 상황을 혼동해서 진술했다”고 말을 바꿨다.
즉, 12‧3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전 사령관과 총 3번을 통화했고 2차 통화(국정원장 관저 공터) 상황과 3차 통화(홍 전 차장 본인 집무실) 상황을 혼동하는 바람에, 관저 공터에서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널A 인터뷰 내용도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장원 전 차장이 국정원장 공관 공터에서 여인형 전 사령관과 통화했다는 12월 3일 오후 22시 58분, 홍 전 차장은 이미 국정원 본청 건물 내부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국정원 CCTV 기록이 공개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3일 22시 46분~23시 06까지 20분간 (여인형 전 사령관과)세 번이나 통화했으면서도, 장소조차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는 홍장원 전 차장의 진술은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장원 최초 메모 “무당집 부적이냐”, “단백질 덩어리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것보다 믿기 어려울 정도”…검찰 조사 단계에서도 가필돼
무엇보다 홍장원 전 차장이 최초 작성한 메모의 경우 글자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홍장원 전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또 한 번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홍 전 차장의 메모 작성 변화 과정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김성회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지난 20일자 페이스북에서 “도저히 사람 글씨로는 읽을 수 없는, 어느 ‘무당집 부적’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단백질 덩어리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것보다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상대로 “어제(20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홍장원 전 차장의 실제 메모가 등장했다”면서, 홍 전 차장의 최초에 작성했다는 1차 메모에서 한글을 식별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김선호 직무대행은 “현 메모에서 글자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장동혁 의원은 “지난해 12월 14일 탄핵 2차 표결을 앞두고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가 등장한 가운데 논란이 커지면서 탄핵소추가 가결되고 내란죄 수사는 이 메모가 근거가 되어 수사가 이뤄졌다”면서 “(글자를 식별할 수 없는)이 메모가 나중에 사람 이름이 기재된 3번째, 4번째로 갔다고 하는 것은 ‘단백질 덩어리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것보다 믿기 어렵고 2차 메모도 기호의 덩어리로 보이지 않는데, 나중에 정확하게 사람의 이름으로 변신해서 (지난해 12월)14일 탄핵 표결을 앞두고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장원 전 차장의 1차 메모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전화를 받고 받아 적은 게 아니라 신의 계시를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개탄했다.
이처럼 홍장원 전 차장이 당초 작성한 메모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현대고 동문이라는 홍 전 차장의 보좌관이 정자체로 옮겨 적으면서 비로소 식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홍장원 차장은 기존 보좌관이 정서했다는 메모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가필했다고 한다.
홍장원 전 차장은 10차 변론에서 “(지난해 12월 11일)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검사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설명해 보라. (체포 지시를 받은 정치인 등이)14명이라고 했는데 12명 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얘기를 하길래, 처음엔 기억이 안났지만 선관위 관계자, 선관위 명단 이렇게 쭉 하다 보니까 그때 생각이 나서 조해주‧양정철 두 개를 추가했고, 생각않나던 이름을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카톡으로 체포 메모 사진 전달”…박선원은 ‘카톡기록’ 아닌 ‘통화기록’ 공개…신빙성 없는 증언과 오염된 증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지금 이 탄핵부터 내란몰이니 모든 프로세스가 (홍장원 전 차장의 정치인 체포)저 메모가 제 판단에는 12월 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박선원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작이 된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증언에, 일각에서는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를 박선원 의원이 가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실제 홍장원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2시 2분께 박선원 의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하고, 또 홍 전 차장이 12월 1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에 박선원 의원에게 체포 명단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선원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국조특위에서 본인과 홍 전 차장 간 통화기록 및 홍 전 차장 메모와 본인의 필체를 비교하는 PPT 자료를 공개하는 등 체포 명단 가필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홍장원 전 차장은 지난 18일 10차 변론기일에서 “(지난해)12월 9일부터 일주일 간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에 (박선원 의원과)통화를 한 적은 없고 저한테 카톡을 했던 것 같다”며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카톡으로 (체포 메모 사진을)보냈다”고 증언했다.
즉, 홍장원 전 차장은 헌법재판소에서 박선원 의원에게 카톡으로 체포 메모 사진을 전송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박 의원은 두 사람 간 카톡 기록이 아닌 통화 기록을 공개한 것이다.
홍장원 메모에 등장한 가필 부분....박선원 필체와 동일
게다가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와 인터넷언론 ‘미디어워치’가 지난 18일 공동으로 문서 전문 감정기관인 ‘대진문서감정원’에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결과, 홍장원 전 차장 메모 가필 부분이 박선원 의원 필체와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24일 보도했다.
감정인은 “A문서(홍장원 메모) 필적과 B문서(박선원 의원 메모) 필적은 서로 동일한 필적으로 추정됨”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홍장원 전 차장의 정치인 체포 메모는 당초 글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의 메모에서, 보좌관이 옮겨 적은 메모, 그리고 검찰에서 가필된 메모 등으로 변질됐고, 가필된 부분은 박선원 의원 필체와 동일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더욱이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 작성 장소와 시간은 계속 바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홍장원 전 차장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증거가 오염됐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