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토사구팽(兔死狗烹).’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돼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요긴하게 쓰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는 경우를 의미하는 사자성어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처음에는 올바르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결국 모든 일은 반드시 올바르게 돌아갈 것이란 뜻의 사자성어다. 2021년 대선 과정에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것과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 재판을 받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심 재판부가 지난 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 사필귀정이 인용됐다.
지난 9월부터 여의도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태균 씨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후보자로 추천했던 일과 관련,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김 전 의원으로부터 76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 15일 새벽 구속됐다.
명태균 씨가 여의도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한 이유는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통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그런데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보다는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과 먼저 인연을 맺었다. 김종인 전 공관위원장이 명 씨에게 ‘명 박사 어떻게 생각해’라고 자문을 구할 정도였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자, ‘정치적 아버지’라며 따랐던 명 씨를 ‘미친놈’, ‘나를 팔아먹은 것’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야박하게 손절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보고 있노라면 ‘토사구팽’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명태균 씨는 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도 공당의 내밀한 공천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정도로 싶은 친분을 쌓아오기도 했다. 어디 공천뿐인가. 이준석 의원은 2022년 성 접대 의혹 관련 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가 개시되자, 명 씨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명태균 씨를 구속한 검찰은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의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데, 일각에서는 ‘김종인‧이준석 공동주연인 명태균 게이트’라며, 이재명 대표 1심 판결처럼 결국 ‘사필귀정’의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지금은 명태균 씨와 관련된 숱한 의혹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타격을 주는 모양새지만, 명 씨가 그간 뿌려왔던 씨앗의 결과물이 종국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의원에게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더퍼블릭>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엔딩(ending-결말)에 대해 전망해 봤다.
명태균 구속 사유에 등장하는 이준석…‘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이유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15일 새벽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당선된 뒤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김 전 의원 측으로부터 76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 명태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증거인멸 우려’였다.
창원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14일 창원지법에서 열린 명태균 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명 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및 함성득 경기대 교수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한 정황, 그리고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난 10월 21일부터는 사흘가량 차명 선불폰을 사용했다며, 증거 인멸 우려를 제기했다.
검찰이 명태균 씨가 차명 휴대폰을 이용해 2022년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통화한 정황을 구속영장 발부 사유(증거인멸)로 꼽은 만큼, 향후 이준석 의원에 대해 참고인 조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창원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통해 명태균 씨가 사용하던 미래한국연구소 PC에 남아있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2022년 5월 9일 오전 0시 20분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명 씨가 나눈 대화가 포함됐다고 한다.
이준석 의원과 명태균 씨는 당시 김건희 여사와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 함성득 교수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당시 이준석 의원은 명태균 씨에게 “윤석열 당선인이 김영선은 경선한다던데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명 씨는 “전략공천으로 알고 있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한다.
명태균 씨는 이어 5월 9일 오전 10시 윤석열 당시 당선인과 통화를 했고, 이때 윤 당선인은 “김영선이를 (공천)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 씨는 “진짜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31일 공개한 그 통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시 윤석열 당선인과 명태균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명태균 씨가 당시 윤석열 당선인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계속해서 언급하니까, 윤 당선인이 덕담 차원에서 좋게 언급했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명태균 씨가)몇 달 전에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저한테 많이 서운했을 것 같아서 저도 (전화를)받았고, 그래도 고생했다는 얘기 한마디 한 것 같다”면서 “그리고 무슨 공천에 관한 이야기한 기억은 없지만, 했다면은 당의 그냥 이미 정해진 얘기. 아마 그 시기에는 거의 정해졌을 것이고 다른 선택의 대안도 없고, 당에서도 아마 공관위와 최고위에서 딱딱 찍어서 전략공천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명태균 씨는 5월 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 후, 이준석 의원에게 “(윤 대통령이)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 김영선 전략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명태균 씨는 지난 8~9일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공천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경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이준석 의원 말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락하게 됐다”며 “대통령과 통화 중 공천관리위원회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걸 윤상현으로 바꿔 (이 의원에게)과장해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결과 발표(2022년 5월 10일)를 하루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경선을 치르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이준석 의원이 당시 명태균 씨에게 ‘윤석열 당선인이 김영선은 경선한다던데요’라는 메시지를 보낸 건, 명 씨로 하여금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락하게 해서 공천에 개입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작업’이 아니었냐는 게 명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법무법인 황앤씨)의 의심이다.
김소연 변호사는 이준석 의원을 ‘악의 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불리한 상황 전개되자 ‘떡밥’ 던진 이준석…김소연 변호사 “선택적 기록 수준하고는”
검찰은 명태균 씨와 이준석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뿐만 아니라, 이 의원 성 접대 의혹 관련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가 개시된 직후 명 씨와 이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거론하며 나눴던 대화 내역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명태균 씨 조사 당시 2022년 4월 22일 이준석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제시했는데, 22일은 당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한 다음 날이었다.
당시 명태균 씨와 이준석 의원은 김건희 여사나 함성득 교수를 거론하면서 윤리위 결정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명태균 씨와 이준석 의원은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사님에게 말을 해야 하나’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검찰은 명 씨에게 “실제 김건희 여사에게 이준석 의원 징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는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검찰이 명태균 씨 구속영장 청구서에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이준석 의원과도 친밀한 관계라고 과시했다고 적시한 이유이지 싶다.
이준석 의원은 2022년 5월 9일 명태균 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와 관련해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자, 언론이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게끔 ‘떡밥(미끼)’을 던지는 언론플레이를 연출했다.
지난 14일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이준석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으로 경선이 쉽지 않은 2022년 5월 9일 새벽에 명태균 씨한테 ‘윤 당선인이 김영선 경선해야 한다더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게 맞느냐는 질문에 “(휴대전화를 두 차례 바꿔)그걸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5월 9일 새벽 명태균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한 이준석 의원은 “(기자들이)하도 질문 주셔서 기록 몇 개를 찾아봤는데, 대통령께서 (2022년 6·1 지방선거)공천 시기에 저에게 활발하게 소통한 기록도 찾아봤다. (기록에는)웃겨서 말도 안 나오는 것들도 많이 봤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준석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어느 도당 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해서 대통령이 저에게 특정 시장 공천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고,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공천을)주는 게 좋지 않냐’ 말씀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그런 부분까지 궁금해할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검찰에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참고인)조사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이미 나와 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을 얘기할 의향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준석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으로 시선을 돌리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의원의 이 같은 언론플레이에, 명태균 씨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악의 축 이준석이 드디어 ‘협박’ 전법을 구사한다”며 “명태균과 2022년 5월 9일에 한 문자는 없다면서 그즈음에 대통령과 한 연락은 기록이 잘 남아있나보다? 선택적 기록 수준하고는”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이어 “일단 이준석의 휴대폰은 압수수색이 시급해 보인다”며 “깔까 말까 간 보다가 구속되지 말고 갖고 있는 게 있다면 얼른 다 푸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의 언론플레이는 계속됐다. 지난 15일에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포항시장 선거 및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공천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인에게 공천 관련 내밀한 정보 유출한 당대표…향후 피의자 전환 가능성?
2022년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 명태균 씨와 이준석 의원 간 별도의 금전 거래가 없었다면, 이 의원이 피의자 선상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검찰이 명태균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넘어 명 씨가 관여한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전반적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선 이준석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참고인 조사 후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4일 방송된 YTN라디오 ‘이익선 최수영의 이슈 앤 피플’에 출연한 장윤미 변호사는 “(이준석 의원은 2021년)전당대회 때 파란을 일으키면서 청년 정치인으로 1등을 했다”며 “근데 그때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도움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었고, 여론조사를 명 씨가 인위적으로 했다는 취지의 의혹 보도도 있었고, 그 당시 여론조사를 다 공짜로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이어 “(2022년 5월 9일 새벽엔)공천이 확정되기 전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선을 전략공천이 아니라 경선에 붙이자는데 이런 문자를 보내는데, 본인은 이 문자를 통상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이었다고 이야기하는데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왜냐하면 당대표로서 기밀을 유지해야 되는데, 그래서 이준석 의원도 뭔가 (검찰)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강전애 변호사도 “명태균 씨는 공천과 아무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다. 그런데 이 민간인에게 밤 12시에 카톡을 보내서 윤석열 당선인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얘기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며 “거기(민간인인 명태균 씨)에 대해서 (공천 관련)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고 개입을 한 것으로 볼 수가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부적절한)공천 개입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식으로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 있어 기본적으로는 이준석 의원이 참고인으로서 조사를 받되, 추후에는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윤미‧강전애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검찰이 이준석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후에 정당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물론 이준석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기 때문에 ‘공천개입’이라는 전제는 맞지 않을 수 있으나, 민간인인 명태균 씨에게 공천 관련 내밀한 정보를 유출한 건 부적절한 처사로 정당법 등의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의원이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도움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확인된 게 없지만, 명 씨와 이 의원 간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이 추후 조사‧수사를 통해 물증 등을 확보할 경우 검찰의 칼날은 이 의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 의원이 해외 출장 귀국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린데 대해, 강전애 변호사는 “본인에 대해서는 명태균 씨와의 문자메시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대통령께서 본인에게 좀 부적절한 이야기들을 했다는 폭로성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럼 왜 그 (대통령과의)문자라든지 그런 연락은 남아 있으면서 본인이 명 씨와 연락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은 없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대통령에 대해선 공천개입이 있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어떤 물타기 형태가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명태균 토사구팽한 김종인?…“명태균은 김종인의 책사”
검찰은 이준석 의원뿐만 아니라 명태균 씨가 ‘정치적 아버지’로 지목했던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해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명태균 씨에게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하고 유영하(국민의힘 의원)가 단일화를 할 것 같냐, 명 박사 어떻게 생각해”라는 메시지를 보낸 내역을 확보했다고 한다.
명태균 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해 “2020년 10~11월 중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찾아 처음 만났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 전화로 현안을 논의했다”면서 “(김종인 전 위원장과는)매일 연락해 의견을 묻는 사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을 통해 다른 선거에도 관여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위원장은 언론에 “명태균 씨와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선거에 대해 상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는 정치적 판세를 분석하는 본인의 감각을 알아봐 주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으로 능력을 입증했다는 게 명태균 씨의 주장이다.
명태균 씨는 지난 10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오세훈 시장을 서울시장으로)만들라고 했다”며 “김 전 위원장은 내게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을 통해 ‘미친놈’, ‘나를 팔아먹은 것’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명태균 씨와의 친분에 강하게 선을 긋자, 명 씨는 지난달 9일자 페이스북에 “오늘 나의 정치적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아울러 명태균 씨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경찰청 사거리 경희궁의 아침 3단지 로비 엘리베이터 타고 15층에 내리면 바로 청와대 잘 보여요. 김종인 위원장님 사무실 15XX”라고 적기도 했다.
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사무실 호수는 물론 특징까지 잘 알 정도로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였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날인 지난 12일 김소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명태균은 김종인 책사이자, 이준석의 비단주머니”라고 했다.
13일자 페북에선 “명태균 씨의 공천개입을 처벌하려면 당연히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이준석과 청년 호소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김종인을 조사해야죠”라고 적었다.
김소연 변호사는 그러면서 명태균 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로부터 교통비 명목으로 소액의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거론하며 “교통비 명목으로 소액 받은 게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면 김종인에게 용돈 받아 방송 패널이나 정치활동 이어간다는 소문이 돌던 청년 정치 호소인들도 모두 조사해야겠지요? 몇 명은 국회도 들어간 것 같던데”라고 직격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또 다른 페북글을 통해 “제가 명태균 씨 검찰 조사에 처음부터 끝까지 입회를 했고, 검찰 측이 압수수색과 포렌식으로 특히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이자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강혜경 씨가 죄다 훔쳐 간 김영선 전 의원 당협사무실 및 미래한국연구소 PC들의 하드(디스크)를 복구한 증거들을 조사 과정에서 일부 제시받았다”면서 “명 씨가 (검찰로부터)제시받은 자료는 주로 김종인, 이준석 등 정치인들과 명 씨가 나눈 PC카톡 대화 텍스트”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은 아마 PC에서 취득한 상당한 양의 정치인들 카카오톡 텍스트를 들고 있는 듯 했고, 가장 많이 제시받고 질문받은 게 이준석, 김종인과의 카톡”이라며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틀간 검찰 조사 입회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가장 많이 본 게 이준석과 김종인 관련 카톡 메시지 등이고, 검사 질문의 상당 부분도 이준석과 김종인이 명태균 씨와 함께 했던 행보들에 관한 부분들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시 강조드리지만, 김종인 할배와 (김 전 위원장의 배우자)김미경 할매한테 관리받고 용돈 받고 여의도 왔다 갔다하고 방송 나가던 백수 청년 정치 호소인들은 입 다물고 있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라며 “김종인 할배의 책사가 바로 명태균 씨였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명태균 씨 측은 ‘책사’였다는 입장이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은 명 씨가 본인을 팔아먹는 거라며 강하게 선을 긋고 있는데, 명 씨 변호인이 강변하는 것처럼 검찰이 명 씨와 김 전 위원장 간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상당수 확보했고, 여기에 선거 관련 논의 정황이 담겼다면, 그간 김 전 위원장의 해명은 거짓말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태균 씨를 비정하고 야박하게 ‘토사구팽’한 게 된다.

‘명태균 게이트’ 공동주연 바뀌나?…사필귀정(事必歸正)
지난 9월 <뉴스토마토> 보도를 시작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한 명태균 씨. 그리고 명 씨의 반대급부로 등장한 강혜경 씨.
두 사람의 등장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맞물려 그간 윤 대통령 부부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었는데, 명태균 씨의 구속으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1막은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 씨의 법률대리인 주장이 맞다면, 검찰이 명 씨와 김종인 전 위원장 및 이준석 의원 간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상당 부분 확보했고, 여기엔 공천 등 선거와 관련해 논의한 정황이 담겼고, 명 씨 조사 때 검찰이 이에 대해 상당 부분 추궁했다면, 명 씨 구속 이후 새롭게 연출될 2막에서는 명태균 게이트의 공동주연이 바뀔 수도 있겠다 싶다.
2021년 대선 과정에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것과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 재판을 받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심 재판부는 지난 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직후,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뜻”이라며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 역시 사필귀정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명태균 게이트 2막에서는 명태균 씨와 김종인 전 위원장, 그리고 이준석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사필귀정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