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 = 배소현 기자]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인은 상대가 자신을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직접 신문하며 “정치하는 사람은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나는 2006년 선거부터 성남 전역에 기회 될 때마다 나가 명함을 거의 70만∼80만장 돌렸기 때문에 누가 제 명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하고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사람을) 너무 많이 접촉하니까 상대는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제일 곤란한 경우가 ‘저 아시죠’다”라며 “행사에서 보거나 밥을 같이 먹었다고 하더라도 기억이 안 나 안면인식장애라고 비난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1처장이 자신을 안다고 생전에 말했을 수는 있어도, 자신이 김 전 처장을 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자필확인서’ 작성 사실을 밝히며 “성남시장 때는 김문기를 알지 못했다”는 이 대표 주장을 옹호했다. 자필확인서에는 ‘본인은 2018∼2019년 경기도 대변인으로 재직하던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님께 김문기 팀장의 연락처를 알려드린 바 이를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는데, 이 대표가 기소된 다음 달인 지난해 10월 이 대표 측에게 전달됐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로 기소된 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대장동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번호를 알려준 것”이라며 “대표님이 먼저 김문기 팀장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해 논란이 촉발된 2021년 12월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뒤늦게 자필확인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말맞추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21년 당시 이 대표가 김용씨에게 확인해 해명하지 않다가 뒤늦게 기소되니 자필확인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재판에서 고(故)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음주기억상실에 이어 안면인식장애까지 이 대표가 기억하는 건 무엇인가”라며 비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168석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내놓은 핑계가 고작 ‘안면인식장애’라니 좀스럽고 민망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수석부대변인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술 먹다 통화해서 기억이 안 나고, 김 전 처장은 안면인식장애라 기억이 안 나고 기억이 안 나는 이유도 참 가지가지”라고 비꼬았다.
그는 “지난 3월 공판에서 이 대표 측은 김 처장과 함께한 사진과 영상에 대해 ‘자세히 보면 눈도 안 마주쳤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며 “어쩜 매번 이런 얄팍한 꼼수로 국민을 속이려 드나”라고 힐책했다.
이어 그는 “불리할 때는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선택적 기억’이 면죄부를 위한 만능 치트키라도 되는 줄 아나“라며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단둘이 카트를 탔다는 유동규 전 본부장 증언, 김 전 처장 핸드폰에 저장된 이 대표의 연락처와 생일 등 숱한 증거가 나온 마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토당토않은 핑계까지 동원하는 이 대표의 ‘모르쇠 전략’은 국민을 기만하려는 구차한 발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어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필확인서’까지 들이밀며 이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며 “모두 진실을 알지만 오로지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김 전 원장, 민주당만이 외면하고 있다.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어제의 황당한 변명도 희대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배소현 기자 kei.0521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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