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정부가 12·3 비상계엄 관여 이력을 전면 뒤지겠다며 전 부처에 TF 설치를 지시하자 공직사회가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일선 공무원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보복이 다시 시작됐다”며 “사실상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청산 시즌2”라고 성토하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는 “숙청 칼바람이 이미 불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식 5호담당제가 공직사회에 들어섰다는 말까지 나온다.
13일 대통령실과 뉴데일리 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구성해 신속히 내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형사·행정·인사 책임을 모두 묻겠다”며 사실상 전방위 색출 작업을 지시했다.
이번 조치가 이재명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이 대통령은 불과 몇 달 전 “공무원은 정권 철학에 맞춰 움직이는 로보트 태권V”라고 했지만, 지금은 정권 지시에 따라 움직인 공무원들까지 뒤늦게 ‘내란 가담자’로 몰아붙이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49개 중앙행정기관은 즉시 TF 설치에 착수했고 부처별 최소 10명씩, 총 500명 규모의 계엄 관여자 추적 조직이 꾸려진다. 조사 범위는 계엄 선포 전후 10개월, 조사 대상은 업무용 PC·문건은 물론 개인 휴대전화까지 ‘자발적 제출’을 유도한다는 명목의 사실상 강제 조사다.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까지 언급돼 공무원들은 “거부할 수 없는 협박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TF 발표 직후 여러 부처에서는 투서가 폭주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과장, 계엄 버스 탑승자”, “△△국장은 홍범도 동상 철거 추진 앞장섰다”, “□□경찰 간부는 내란 동조 역할” 등 익명 제보가 쌓이면서 공직사회 내부는 순식간에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한 공무원은 “북한의 ‘5호담당제’처럼 서로 고발하게 만드는 구조가 돼버렸다”며 “직장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직원은 “내부 투서가 나오면서 동료 간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며 “TF 활동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면 조직 개편·인사까지 모두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직원은 비상계엄 당시 ‘최상목 쪽지’ 논란 이후 고초를 겪고 있다며 “당시 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란 협조자’ 낙인이 찍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시켜서 움직인 공무원에게 뒤늦게 책임을 돌리는 건 정치적 면피”라고 했다.
경제부처 사무관도 “특검·감사에 이어 TF까지… 공직사회는 이미 피폐해졌다”며 “정권이 이렇게 하면 누가 나서서 일하려 하겠나. 앞으로는 모든 결정에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공무원은 조종석에 누가 타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로보트 태권V”라고 말한 것과도 상반된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한 부처 간부는 “정권 철학에 맞춰 움직이라고 해놓고, 정권 바뀐 뒤 그 행위를 문제 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며 “공무원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부는 TF 설치 이유로 “계엄 가담자 관련 내부 불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정권 악재를 덮기 위한 정치적 기강 잡기 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김현지 비서실 파문, 여당 의원 잇단 구설 등 현 정권을 둘러싼 불안 요소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적폐 청산형 강공 카드”로 국면을 돌리려 한다는 해석이다.
합참·검찰·경찰·외교부 등 12개 기관이 집중조사 대상으로 묶이면서 대대적인 인사 숙청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이미 “숙청의 서막이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