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수주' 잇단 낭보에… 韓 조선업, 동남아 생산기지 '풀 가동'

'유조선 수주' 잇단 낭보에… 韓 조선업, 동남아 생산기지 '풀 가동'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11.12 15:4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中 추격에 해외 분업 가속…베트남·필리핀 중심 재편
탈탄소 지연·운임 급등, 유조선 발주 '되살아난 수요'
국내 고부가·해외 범용 이원화 체제, 산업 재편 가속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잇단 유조선 수주를 발판으로 해외 생산 거점 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생산 체계를 이원화하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내는 고부가 선종과 연구 개발 중심으로, 해외는 범용 선종 건조 중심으로 역할이 분명해지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분업화는 단순한 생산 이전을 넘어 조선 산업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 한가운데에는 HD현대가 있다.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Winds) 에 따르면 그리스 선주사 스텔스 마리타임은 HD현대에 총 6척의 유조선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4억 7500만 달러, 약 69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16만 5000DWT의 수에즈맥스급 선박 2척, HD현대베트남조선은 11만 5000DWT급 아프라막스급 4척을 건조한다. HD현대베트남조선의 계약은 확정 2척과 옵션 2척으로 구성돼 있으며, 옵션 물량도 곧 발주될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가격은 수에즈맥스급 8700만 달러, 아프라막스급 7500만 달러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의 행보도 분주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북미 지역 선주에서 원유 운반선 2척을 2901억원에 수주했고, 지난달에는 라이베리아 선주에서 3척의 계약을 따냈다. 특히 라이베리아 선주에서 수주한 선박은 베트남 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회사가 그간 추진해왔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전략이 실제 가동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유조선 시장은 한동안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에 밀려 비중이 작았다가 최근 빠르게 회복 중이다. 특히 중동 지역 불안 심화로 유조선 운임이 오르면서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도입 논의가 미뤄진 점도 유조선 발주를 촉진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런 흐름을 기회로 삼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두산비나를 인수하고,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재가동하며 동남아 생산망 확충에 나섰다. 삼성중공업도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베트남과 협력을 추진하며 현지 조선 인프라 확대를 가속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유조선 발주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탈탄소화 정책의 속도 조절, 운임 상승,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유조선 시장의 모멘텀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거점을 중심으로 한 효율적 생산 구조가 정착된다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다시 한 번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