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법정에서 제시한 통화기록과 증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윤 전 대통령에게서 나왔다고 주장해 온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진술이 시간 순서상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 같은 왜곡된 진술을 토대로 이뤄졌다면, 그 결정의 정당성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곽종근의 “0시 31분 통화” 통화기록에 스스로 무너졌다
변호인단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밤 변호인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은 시간대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곽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밤 12시31분에 통화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미 그보다 앞선 12시25분 무렵 이상현 1공수여단장이 대대장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과 녹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 이미 ‘의원 끌어내기’ 명령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그렇다면 그 지시는 대통령과 무관하게 현장 지휘선에서 독자적으로 내려간 것”이라며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한 것은 허위 진술”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 “국방부 장관-곽종근 통화기록도 없다”...검찰 공소장 근거 붕괴
변호인단은 이날 법정에서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윤 전 대통령과 곽 전 사령관의 통화기록을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의 통화 시각은 00시 31분으로 명확히 기록돼 있다. 반면 곽 전 사령관은 이미 00시 25분께 1공수여단장에게 ‘의원을 끌어내라’, ‘문을 부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통화 전에 이미 지시가 실행된 셈이다.
윤 변호사는 또 다른 허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국방부 장관이 밤 10시17분께 곽 전 사령관에게 지시했고, 곽 전 사령관이 10시20분부터 27분 사이에 특전사 여단장들과 통화했다”고 서술했지만, 정작 22시17분 통화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증거 어디에도 그런 통화기록은 없으며, 검찰이 만들어낸 서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이 허술한 기록을 그대로 인용해 ‘지휘계통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무회의 없었다더니, CCTV엔 분명히 회의 진행 장면”
윤 변호인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국무회의 부존재’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실 CCTV가 공개되면서 서류를 배포하고 토론하는 명백한 국무회의 장면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영상은 헌재 증거조사 과정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헌재의 증거조사를 “졸속 그 자체”라고 평가하며 “기초적 사실 확인도 없이 결정을 내린 엉터리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송진호 변호사 역시 곽 전 사령관 증언의 허구성을 뒷받침했다. 그는 “오상배(전속 부관)는 대통령과 네 차례, 이민수(수방사 중사)는 두 차례 통화했다고 증언했지만, 실제 통화기록과 맞지 않는다”며 “둘 다 타인의 통화를 대통령의 통화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군 체계상 특전사 여단장이 대통령 직통 지시를 받고 행동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곽종근과 이상현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말을 주고받은 것은 현장 판단일 뿐 대통령의 명령일 리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군 내부에서도 상하명령이 아닌, 교차협의는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증거도, 논리도, 일관성도 없어...곽종근 진술 신빙성 급락
법조계에선 이번 법정 공방으로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진술 신빙성이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헌재 증언·검찰 조사·법정 진술이 모두 제각각이며, 최근에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는 등 진술 번복이 3회 이상 반복된 정황도 확인됐다.
한 중견 변호사는 “곽 전 사령관의 발언이 정치적 영향을 의식한 ‘자기방어성 진술’로 보인다”며 “이런 불안정한 증언을 헌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탄핵 결정의 신뢰도는 근본부터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을 통해 헌재의 결정이 얼마나 허술한 근거 위에 세워졌는지 강조하고 있다. 헌재가 단 한 차례의 교차검증 없이 증언만으로 결론을 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헌법재판 절차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