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가을 이사철을 맞은 수도권 전·월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 여파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월세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강남을 넘어 노원·도봉·성북 등 중저가 지역까지 200만원대 고가 월세가 속출하며, 서민 주거난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전세매물은 21일 기준 2만4442건으로, 1월 1일 3만1814건 대비 22.9% 감소했다.
앞서 15일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분당) 등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본격 지정하면서 이 지역들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는 이룬 바 ‘갭 투자’가 차단됐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연립·다세대주택을 매입할 경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사실상 해당 주택은 2년 동안 전세로 공급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전세 자금 마련 자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수도권에서 전세 대출을 받을 때 이자 상환액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된다.
앞서 정부가 전세 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 대신 월세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세 매물은 줄고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자, 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문제는 고가 월세 현상이 이제 강남이 아닌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성북구 등 이른바 서민 주거지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원구 ‘포레나 노원’ 전용 84㎡는 지난 13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80만원에 거래됐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84㎡) 역시 보증금 1억원·월세 250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지며, 사실상 강북권마저 200만원대 월세 시대에 진입했다.
이미 월세는 지난달부터 급등세가 뚜렷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9.7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129.2), 인천(134.8) 역시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도권 전역이 사실상 ‘월세 전성시대’로 진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향후 월세 전환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를 막는다고 투기 수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세입자가 들어갈 집은 확실히 줄었다”며 “이 상태가 길어지면 수도권 전역이 사실상 ‘월세 사회’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