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가 보증한 기술, 시장은 외면했다… 상장사 절반 주가 추락

기보가 보증한 기술, 시장은 외면했다… 상장사 절반 주가 추락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10.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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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82곳 중 48곳 주가 하락… 90% 폭락 사례도
'기술력 공인' 평가, 투자자에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
전문가 "기보 평가 구조·심사 방식 전면 재검토 필요"

기술보증기금 본사 전경 [사진=기술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본사 전경 [사진=기술보증기금]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기술력을 인정받아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 상당수가 상장 후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의 기술평가를 통과해 투자자 신뢰를 얻었지만, 주가 하락·손실이 거듭되면서 기술특례 상장 제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10년간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82개 기업 가운데 48곳(58.5%)의 현재 주가가 상장 당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곳은 주가가 90% 이상 폭락했고, 30곳은 절반 이상 하락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재무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본래 취지는 '잠재력 있는 강소기업의 성장 지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뻥튀기 상장'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약업체 A사는 2022년 신약 개발 기술력을 내세워 기보 평가를 통과,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그러나 당시 3만원대였던 주가는 3년 만에 1000원대로 추락했다. 상장 후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채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긴 것이다.

주가가 하락한 49개 기업 가운데 31곳은 기보 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은 곳이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운 B사는 기보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고 2018년 상장했지만, 상장 당시 3만원이던 주가는 현재 5000원선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기보의 평가 결과가 공신력 있는 투자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기술력을 공인했다'는 인식이 주가에 즉각 반영되면서 초기 투자 열기가 높아지는 반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파두' 사례는 대표적이다. 파두는 반도체 설계 업체로, 기술특례 상장 당시 연간 매출 1203억원을 제시했으나 실제 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그쳤다. 검찰은 주가 부풀리기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기술특례 상장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기술특례 상장제의 기본 취지는 훼손되지 않아야 하지만,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기술적 측면에 치중돼 있다"며 "시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일준 의원은 "파두 사태는 특정 기업 문제가 아니라 기술특례 제도 전반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며 "기보의 평가 방식과 구조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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