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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유수진 기자] 지난달 9일 서울 종로 네이버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새벽배송 전문 기업 마켓컬리와 네이버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단순한 협업을 넘어 네이버가 지분 투자까지 단행하면서, 쿠팡의 독주 체제를 견제하고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컬리N마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컬리의 강점인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스템에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 자산을 결합해, 온라인 신선 장보기 경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구상이다.
컬리는 최근 몇 년간 물류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평택(약 725억 원)과 김포(약 300억 원) 등 수도권 거점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냉장·냉동 전 과정을 통합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완비했다. 이를 통해 물동량 확보와 함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미 투자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물류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센터가 꽉 차 돌아갈 만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번 협업을 통해 CJ대한통운의 전국 당일·익일 배송망과 컬리의 신선식품 전문 물류망을 동시에 활용하는 ‘투트랙 물류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셀러)들도 새벽배송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이번 네이버와 마켓컬리의 제휴를 스마트스토어와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전략적 결합’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컬리는 기존 충성 고객층에 더해 네이버 스토어 이용자 유입 효과를 얻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주간 활성 이용자(WAU)는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1~7일 기준 230만6233명이던 이용자는 8~14일 245만1052명으로 약 15만명 늘었으며, 15~21일에는 281만2588명으로 30만명 이상 증가했다.
네이버와 컬리의 협력은 이커머스 시장 1위인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제휴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 플랫폼을 통한 판매 확대가 단기적으로 물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컬리 앱 중심으로 형성된 충성 고객층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네이버 내 다른 판매자들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브랜드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배송 품질 유지, 일관된 서비스 제공,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산업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유통 구조가 트래픽(방문자 수) 중심에서 공급망 중심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와 쿠팡 같은 플랫폼이 트래픽을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쥐고, 브랜드나 리테일 기업이 입점 형태로 뒤따르는 구조였다면, 이번에는 물류 역량을 갖춘 컬리가 플랫폼을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이뤄진 셈이다.
쿠팡이 자체 플랫폼 안에 물류망을 완전히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해왔다면, 컬리는 반대로 플랫폼과 물류를 분리해 외부 트래픽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두 모델 모두 ‘효율’을 중심 가치로 두지만, 쿠팡이 내부 생태계 확장형이라면 컬리는 협업을 통한 외연 확장형이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
네이버와 컬리의 전략적 협업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들의 협력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퍼블릭 / 유수진 기자 sjn302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