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비자 협상 불투명한데… 현대차 77兆 투자, 美에 '잘못된 신호' 주나

관세·비자 협상 불투명한데… 현대차 77兆 투자, 美에 '잘못된 신호' 주나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9.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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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구금 사태 수습 안 된 상황서 대규모 투자 확정
美 투자만 15조 3000억,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확장 포함
전문가들 "레버리지 상실… 발표 시점 더 문제" 지적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 이사(CEO) 사장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열린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 이사(CEO) 사장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열린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현대자동차가 77조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미국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조지아 구금 사태와 관세 협상이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발표가 이뤄져 현지 정치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현대차는 18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앞으로 5년간 국내외에 77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7조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미국 내 투자가 11조 6000억원에서 15조 300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조지아 엘러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증설이 포함됐다. 호세 무뇨스 CEO는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차량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조지아 구금 사태와 미중 무역 갈등, 한미 간 관세 협상 지연 등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확정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조지아주 당국의 사과나 제도 개선 같은 후속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확대하면 "한국은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투자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 문제는 특히 민감하다. 일본산 자동차가 15%의 관세를 적용받는 것과 달리 한국산에는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협상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한국이 대규모 투자 카드를 먼저 내놓은 것은 미국 측에 잘못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발표 시점을 늦췄다면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정치적 부담도 크다. 조지아는 한국 기업 투자가 집중된 지역이지만, 사건 직후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공화당 의원들은 불법 이민 단속을 지지하며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최근 들어 경제 효과를 이유로 현대차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내년 중간 선거라는 정치적 변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비자 문제도 불확실하다. 미 의회에는 한국인 전문직 인력에게 최대 1만 5000개 쿼터를 배정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으나, 반이민 정서가 강한 의회 기류 속에서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대차는 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현지 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발표 타이밍이 미국 정치권에 불리한 인식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점이 문제"라며 "한미 간 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현대차가 투자 확대를 발표한 것은 한국이 스스로 협상 레버리지를 내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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