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대한민국 인구 구조 변화가 가파르다. 1인 가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고령자 가구는 전체의 3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층으로 흐르는 자산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른바 '시니어 머니'가 자본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의 고령층 자산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16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등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는 처음 1000만명을 넘었고,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은 2072년 노인인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1727만명(47.7%)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60대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5억2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4307조 원에 달한다. 고령층 자산 규모는 지난해 국가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2557조 원)를 넘어섰다.
갈수록 커지는 시니어 시장 공략을 위해 4대 금융지주 간 경쟁이 시작됐다. 금융권에서는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가구의 금융투자자산 비중이 가계 총자산의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통 부동산 등 비유동 자산이나 은행의 예·적금에만 치중되어 있다. 이에 금융권은 단순 투자상품이 아닌 자산관리·증여·상속·건강·문화 등 종합 관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정보기술(IT) 산업군과의 협력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지난 2012년 'KB골든라이프' 상품을 출시하면서 고령층 고객을 공략했다. 최근에는 케이비골든라이프부를 신설하고 노인 요양사업을 하는 골든라이프센터를 전국 5곳에서 12곳으로 확장했다.
최근 삼성·LG와 시니어 테크 실증 사업을 시작해 업계 1위 굳히기에 나섰다. 거점 요양시설에 고령자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장기 재실센서를 설치해 모니터링 시스템의 기술 검증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하나 더 넥스트'를 출범해 은퇴설계, 상속·증여, 치매 보장 등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고령층 전용 브랜드를 전 계열사가 취급하고 있다.
그룹 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은 지난 6월 요양 사업을 전담할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신설해 법인 등기를 마쳤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시니어 상품·서비스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하나더넥스트본부’를 세우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고령층 특화 브랜드 '신한 쏠(SOL)메이트'를 출시해, 연금·신탁·펀드·보험·대출 등 맞춤 금융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 출시한 '우리 원더라이프'를 통해 고령층에게 자산관리·건강·여가 등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룹 생보 계열사인 신한라이프 산하 신한라이프케어를 두고 요양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에 적용할 건강관리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고령자 동작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낙상을 예측하고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고령자의 인지·정서적 특성을 고려해 안정감을 높일 수 있는 공간 설계 전략을 요양시설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등 14개 기업과 손잡고 시니어 전용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2028년까지 요양원 4곳과 실버타운 2곳을 설립하는 등 시설을 확장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의 ‘고령 치매환자 자산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24만명의 고령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은 154조5416억 원이다. 치매환자는 2030년 178만7000명, 2040년 285만1000명, 2050년 396만7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오는 2050년 잠들어 있는 자산이 488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유언대용신탁' 등을 중심으로 치매, 사망 등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자산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중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사에 자산을 맡겨 사망 후 수익자와 분배 조건을 미리 정하는 상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출시, 제일 먼저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유언전용신탁은 자산관리·상속을 넘어 돌봄·상조 등을 연계하는 종합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케이비위대한유산신탁’은 최소 가입금액이 10억 원인데 지난 6월 말 ‘간편형’을 출시하며 가입대상을 40살 이상으로 낮추고, 최저가입금액을 1000만 원으로 설정해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도 ‘우리 내리사랑 안심신탁’ 가입금액을 기존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대폭 낮췄다. 하나은행은 1만 원부터 가입이 가능하고, 농협은 500만 원, 신한은행 '간편형'은 최소금액 제한이 없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