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영 성과 개선을 이유로 공사·용역 대금을 고의로 늦춰 지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사실상 완료된 정비공사 비용까지 부채로 처리하지 않아 협력사에 자금난을 초래했으며, 회계 처리상 오류도 다수 확인됐다.
5일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결산 및 회계감사 운영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3회계연도 당기순이익 개선을 위해 원전 수선유지비 절감 등의 재무 개선 추진 목표를 수립 후 계획 수선 유지비 예산 1조8935억원의 71.4%인 1조3526억원만 배정했다.
이후 한수원 각 발전본부는 예산 부족 등을 사유로 정비공사·용역을 완료한 한전KPS 등에 대금 지급 절차의 지연을 요구했다.
그 결과 한수원과 발전설비 공사·용역 거래가 가장 많은 한전KPS의 경우 한수원의 절차 지연 요구 등으로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 2021년 248억원에서 2023년 말 1682억 원으로 급증했다.
즉, 한수원은 2023년 재무 지표를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원전 정비 예산을 줄이고, 공사·용역 대금 지급을 늦추는 방식으로 적자를 흑자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사인 한전KPS의 미지급액은 2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했다.
감사원은 "경영성과를 이유로 대금을 고의적으로 지연 지급해 협력업체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고, 지연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계처리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수원은 사실상 완료된 공사·용역 75건, 총 4944억 원을 비용이나 부채로 처리하지 않은 채 건설중인 자산으로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고리2호기, 한빛5·6호기 등 일부 발전소는 이미 완공됐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중인 자산으로 계속 계상됐고, 수선유지비를 잘못 자산으로 처리한 규모만 859억 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한수원 사장에게 발전설비 공사·용역 대금이 지연 지급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이미 사용 중인 자산은 즉시 원가에 반영해 감가상각이 이뤄지도록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에 한수원에 발전설비 공사·용역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다른 공공기관들의 회계감사 운영도 전반적으로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인 선임 과정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감사시간 산정과 계약 절차도 허술했다.
일부 기관은 동일 감사인이 장기간 같은 기관을 맡아 규정을 위반하거나, 감사계약에 자문을 포함시켜 독립성 저하 우려도 나타났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1208억 원 손실을 누락했고, 한국전력공사(한전) 역시 송전 접속설비 사용자부담금과 기술검토수수료 회계 처리에 오류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촉박한 결산·회계감사 일정과 미정착된 환경을 고려해 제재보다는 계도 위주로 처리했다"며 기획재정부 장관과 해당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