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해외 상장 ETF로 몰리는 국내 투자자

"세금 때문에" 해외 상장 ETF로 몰리는 국내 투자자

  • 기자명 안은혜 기자
  • 입력 2025.08.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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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보관금액 191조 '돌파'…순매수 10권 안에 6개가 'ETF'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표시된 S&P500 지수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표시된 S&P500 지수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찾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목하고 있다. 

2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2일 1377억2295만 달러(한화 약 191조4900억 원)로 집계됐다. 올해 1월1일 보관금액(1097억1342만 달러) 대비 18.8% 증가했다. 보관금액은 해외주식을 사들인 후 계좌에 담아놓은 경우를 집계한 값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내 증시가 허니문 랠리를 이어오다 세제개편안 발표 후 3100선까지 곤두박질 쳤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게 되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ETF와 금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아지면서 대주주를 피하기 위한 출회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들 자금이 미국 증시 옮겨갔다는 관측이다. 

해외 주식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증권사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토스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의 2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360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9억 원) 대비 77.82% 증가했다. 이들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증가율은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 증가율(9.04%)에 비해 8배 이상 높다.

올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ETF에 주목했다. 

순매수 10위권 내 ETF만 6개에 달했다. 3위 '슈왑 미국 배당주 ETF', 5위 '뱅가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7위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 8위 'TIDAL TRUST II YIELDMAX MSTR OPTION INCOME STRATEG', 9위 인베스코 '나스닥 100 ETF', 10위 'JP모간 나스닥 ETF' 등이다.

순매수 1위에는 테슬라 주가 대비 2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2위에는 '테슬라'가 올랐다.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 '서클인터넷그룹'이 순매수 4위, 헬스케어 종목인 '유나이티드헬스'가 6위에 각각 올랐다.

순매수 20위권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12위),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회사 '팔란티어'(14위),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20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해외상장 ETF 수요 증가의 원인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상장 ETF 보유 규모는 약 50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직접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ETF를 찾는 이유가 과세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는 세법상 신탁형 펀드로 분류돼 매매차익과 분배금 모두 배당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다. 배당소득세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며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9.5%에 이르는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해외상장(미국) ETF는 분배금은 국내와 동일하게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매매차익은 해외주식과 동일하게 양도소득세 22%로 과세된다. 양도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소득 규모가 큰 고액투자자일수록 국내 상장 ETF보다 해외상장 ETF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금 체계가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됐다"며 "세제 차익이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시 투자수익률이 국내 증시보다 저조할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의 금 투자도 늘고 있다. 이달(1~19일) 국내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금 현물 ETF를 55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ACE KRX금현물'에 286억 원, 'TIGER KRX금현물'에 263억 원이 각각 유입됐다. 지난 7월 한 달 간 순매수액(493억 원)을 뛰어넘었다.

금 펀드 설정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말 1조1602억 원이던 금 펀드 설정액은 이달 들어 670억 원 넘게 증가해 1조2274억 원을 기록했다.

현물 거래도 활발하다. 이달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 1㎏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92억 원으로, 지난달 평균 거래대금(330억 원)보다 약 50% 늘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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