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슈] 현대해상, 오너 3세의 ‘젊은 경영’...세대교체 속 성적표는 ‘빨간불’

[금융이슈] 현대해상, 오너 3세의 ‘젊은 경영’...세대교체 속 성적표는 ‘빨간불’

  • 기자명 손세희 기자
  • 입력 2025.08.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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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오너 3세인 정경선 전무를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고연차 임원들이 물러나고 비금융권 출신 인재들이 대거 영입됐지만, 본업 경쟁력 회복 없이 조직 개편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내부 불안감을 키우는 ‘희망퇴직설’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해상의 재무 성과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급감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게다가 자본 건전성 악화까지 맞물리면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해 경쟁사 대비 뒤처지는 양상이다.

물론 정 전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조직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으나, 보험의 본질인 손해율 관리와 자본 건전성 확보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그의 ‘젊은 경영’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경선 전무, 현대해상 임원진 젊은 피 대거 영입…‘세대교체 바람’

▲정경선 현대해상 CSO [사진=현대해상]
▲정경선 현대해상 CSO [사진=현대해상]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장남 정경선 전무는 입사 1년 만인 지난해 연말, 파격적인 인사와 함께 세대교체의 바람을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현대해상 ‘3세 경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보고 있다.

1986년생인 정 전무는 부친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에는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2014년에는 임팩트투자사 ‘HGI’를 설립하는 등 창업 경험도 갖췄다.

현대해상 입사 직후부터 임원 직함을 단 그는 부문급 임원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2023년 12월 조직 개편에서는 보험업계 최초로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직책을 도입했고, 2024년 1월 본인이 CSO로 합류했다.

당시 조직 개편에서는 부문·본부장급 임원 12명이 교체됐으며, 절반 이상이 정 전무가 이끄는 지속가능실 소속 수석전문위원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모두 비금융권 출신의 1970~1980년대생 인사들로, 정 전무가 직접 영입한 인물들로 알려졌다.

우선 차장검사 출신인 박계현 부사장이 현대해상 윤리경영실장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박 부사장은 법조계 경력을 바탕으로 윤리경영과 준법경영 강화 역할을 맡았다. 기술 부문에서는 카카오에서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역임한 김택수 전무가 기술지원부문장을 맡아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출신 김성재 디지털전략본부장(상무)과 SK수펙스협의회 출신 주준형 브랜드전략본부장(상무)도 각각 현대해상의 핵심 전략 부서에 배치됐다. 정보보안 분야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실장 출신 서홍원 수석전문위원이 최고정보보안임원(CISO)으로 임명돼 보안 체계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전무·부사장급에 젊은 임원들이 자리하게 됐고, 특히 올해 3월에는 1969년생 이석현 전무를 현대해상 창사 이래 최연소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지속가능실이 지속가능본부로 격상됨에 따라, 외국계 컨설팅사 경력을 갖고 있는 강명관 상무가 지속가능본부장으로 선임돼 ESG 경영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반면, 고연차 경영진 다수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승진 기업보험부문장(1964년생), 조윤상 기획관리부문장(1964년생), 이권도 장기보험부문장(1965년생), 박주호 자동차보험부문장(1966년생) 등 부문장급 임원들이 물러났고, 장기·자동차·보상·커뮤니케이션 부문을 담당하던 본부장급 임원 4명도 퇴진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말 현대해상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1년 만에 58세에서 55세로 낮아졌으며, 1960년대생 임원의 비중도 59%에서 42%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해상은 이를 두고 “매년 진행하는 정기 조직개편”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예년보다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대교체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본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금융권 출신 외부 인사들의 보험업 경험 부족을 문제 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올해 들어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해상이 연말까지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꾸준히 돌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해상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희망퇴직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전에 시행했던 전례와 조직 개편 여파가 맞물리며 내부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앞서 현대해상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던 전력이 있다. 처음 희망퇴직을 시행한 2017년에는 70여 명이 회사를 떠났고, 이후 2020년 80여 명, 2022년 95명, 그리고 2023년 9월에도 약 80명이 희망퇴직에 참여했다. 매회 70~100명의 희망퇴직자가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규모가 회사를 떠난 것이다.

이번 세대교체 인사와 과거의 감원 경험이 겹치면서, 현대해상 안팎에서는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한 관심과 경계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경쟁사 추격에 밀리는 현대해상, 재무구조 개선 ‘총력’

▲현대해상화재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
▲현대해상화재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

세대교체 속도와 달리 현대해상의 재무제표는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032억원으로, 전년 동기(4766억원) 대비 57.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851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5.5% 줄어드는 등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장기보험(-74%)과 자동차보험(-63%) 부문에서의 부진이 컸다. 장기보험금 지급은 독감과 호흡기 질환 확산으로 늘었고, 자동차보험은 차량 정비 단가와 병원 진료비 상승이 손해율을 악화시켰다. 이 영향으로 1분기 보험손익은 1759억원에 그쳐 1년 새 66.9%나 쪼그라들면서 대형 손해보험사 중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도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해상은 지난해에만 1조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음에도 올해 1분기 킥스 비율은 157.0%로 전년 동기 대비 16.2%p 떨어졌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130%)은 웃돌지만, 업계 평균인 200% 안팎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현대해상은 올해 3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하고, 자산 듀레이션(채권의 자금이 회수되는 평균만기) 연장과 자본성 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킥스 비율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 구도 역시 녹록지 않다. 지난해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1조307억원으로, 삼성화재(2조736억원), DB손해보험(1조7722억원), 메리츠화재(1조7105억원)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KB손해보험(8395억원)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때 업계 2위까지 올랐던 현대해상은 현재 4위 자리를 간신히 지키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올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29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업계 전반이 2분기 업황 악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현대해상도 추가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해상은 올해 경영 키워드를 ‘자본력 개선’으로 설정한 바 있다. 외형 확대보다 신계약 수익성, 리스크 억제, 보유계약 관리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1분기 신계약 CSM배수는 14.1배로, 전년(10.4배) 대비 3.7배 가량 늘었다. CSM 배수는 보험계약마진을 월납환산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이 배수가 높을수록 동일한 보험료에서 더 많은 판매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시장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능력 및 후순위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보험손익 변동성과 킥스 비율 관리 부담이 이유였다. 신용 전망 하락은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중장기 경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산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에서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는 현대해상은 정 전무의 경영 방식을 통해 한층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조직 재편과 ESG 경영이 그 변화의 핵심 동력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보험업의 본질은 결국 장기적인 손해율 관리와 자본 건전성, 그리고 안정적인 영업 채널 유지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 전무의 경영은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세대교체 효과를 실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젊은 경영’이 단기성과 부진을 딛고 장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보험업계와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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