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10만원 배상 판결, '민생지원금이냐' 논란...대법원 판례 뒤집은 ‘경험칙 판결’

비상계엄 10만원 배상 판결, '민생지원금이냐' 논란...대법원 판례 뒤집은 ‘경험칙 판결’

  • 기자명 오두환 기자
  • 입력 2025.08.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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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이 ‘손해배상 대잔치’?...법조계 “줄소송 폭발 우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시민 104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민생회복 지원금 같은 ‘경험칙 판결’”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을 상대로 한 시민 104명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비상계엄 선포 및 저지를 지켜본 시민들이 공포와 불안, 자존감 저하 등 정신적 손해를 입은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에도 비슷한 소송이 잇따랐다. 여러 변호사들이 원고를 모집하고 있어 향후 소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기존 판례를 뒤집은 ‘파격’이라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이 제기한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며 “대통령이 헌법과 법령을 준수할 정치적 책임은 국민 전체에 대한 것이지 개별 국민에 대한 법적 의무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며, 구체적인 침해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이런 논리라면 국회에서 논란이 된 모든 정치적 결정에 대해 국민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며 “정신적 피해를 ‘경험칙’만으로 인정하면 줄소송이 이어지고 국가 정책 결정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법학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정치 지도자의 결정으로 막연한 불안을 느꼈다고 위자료를 인정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정신적 피해는 추상적일수록 입증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번 판결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에는 ‘윤석열 보상금 신청 방법’, ‘손해배상 10만원 참여 신청’ 같은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며 마치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상금처럼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이번 판결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판사의 정년 퇴임 전 마지막 판결이라는 사실을 두고 “코드 판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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