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사주 매입 '사상 최대', 소각하는 것이 일반적…한국은?

미국 자사주 매입 '사상 최대', 소각하는 것이 일반적…한국은?

  • 기자명 안은혜 기자
  • 입력 2025.07.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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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의무' 상법 개정 논의에 기업들 '고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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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상장사 총 43곳(6월4일~7월15일)이 자사주 취득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자사주 소각을 둘러싼 상법 개정 가능성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자사주는 말 그대로 회사가 시장에서 사들인 자기주식을 뜻한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하며 목적란에 '주주 가치 제고'라고 기입한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를 줄이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주주 가치가 올라간다. 

그동안 자사주는 주가 부양, 임직원 보상, EB 발행(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외에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기업이 보유하거나 취득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자사주 취득 자체가 큰 부담이 된 상황이다.

자사주 취득은 줄어든 반면 보유한 자사주를 급하게 처분하는 사례는 늘었다. 처분 규모 역시 1862억 원에서 1조2038억 원으로 급증했다. 

일부 상장사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이나 지배주주에 넘겨 경영권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상법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에선 기업이 주가 안정이나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Buyback)한 뒤 소각해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에 따라 매입 목적과 매입 시기, 물량 등에 엄격히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S&P 다우존스 인덱스(S&P DJI)에 따르면, 올 1분기 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2935억 달러(약 408조5226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 방향, 글로벌 무역 변화, 미국 통화 변동 전망 등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사주 매입의 주역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기업), 메타,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이다. 현금성 자산만 303억 달러를 보유한 애플은 부채 조달을 통해 자사주 매입을 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연방정부는 법인세 및 자본 세제 개편을 통해 기업 부담을 낮추는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연방 소비세(1% 세금)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미국 중앙은행(Fed)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미 정부의 태세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빅테크를 중심의 자사주 매입이 미국 주식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초과 수익률로 지수의 편중도가 높아졌다. 

2023년 초 20% 수준이었던 S&P500 내 상위 7개 종목의 비중은 지난해 말 28%로 뛰었고, 올해에는 34%까지 상승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2015년 S&P500의 12%에 불과했지만 10년 새 3배 가까이 올라 지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기업 성장과 투자자 선호가 이런 집중 현상을 불러왔다. 또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부양이 가져온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가 상승하면 지수 내 비중이 더 커지고, 기업은 더 많은 자금을 쉽게 조달해 다시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한국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 때문이다.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자사주 의무 소각이 기업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업은 유연한 자금 운용을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 기업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적절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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