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KDB생명보험에 대해 현장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부실 규모와 보험계약 현황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있는 KDB생명 본사에 검사반을 보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KDB생명이 신회계제도(IFRS17) 적용 이후 급격히 악화한 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보다 부채가 1348억원 더 많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지난해 말 순자산 613억원에서 불과 석 달 만에 약 2000억원이 줄며 적자 전환됐다.
KDB생명의 순자산에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2402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포함돼 있다. 이 부채성 자금을 제외하면 실제 순자산은 -3750억원 수준으로, 자본잠식률은 17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KDB생명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2월에도 월 단위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바 있다.
자본잠식의 주된 배경으로는 새 회계제도 적용과 기준금리 인하가 지목된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가 늘어난 데다 금리 하락으로 부채 부담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KDB생명 측은 자본잠식이 현금 유동성이나 보험금 지급 능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도 금융당국이 경영개선명령이나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 제재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데다 KDB생명에 대한 추가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산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산은은 2012년 금호생명 인수 이후 줄곧 매각을 시도했으나 수차례 무산됐다. 그간 투입된 자금은 1조5000억원에 이르며,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선 추가로 최소 6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