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법정관리 절차를 시작한 홈플러스를 소유한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사재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앞서 MBK는 국내 및 동북아 최대의 사모펀드 업체로 2015년 7조2천억원 거금에 홈플러스를 인수했으나, 경영난이 장기화하자 이번 달 초 ‘선제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법원에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기습회생절차’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는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해 유통업계와 금융권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하루만에 완성된 회생신청서 작성 시간까지 고려하면 MBK는 단 24∼48시간 만에 홈플러스를 법정관리로 끌고 가기로 결단을 내린 셈이다.

홈플러스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음에도 아무런 자구책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MBK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결정은 대주주로 실질적인 경영을 해온 MBK가 내린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와 정계에서는 MBK가 소유주 책임을 회피하고 투자 손실만 막고자 무리하게 회생을 택했고, 홈플러스의 매장과 사업부를 마구 매각해 약탈적 경영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른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뒤 납품대금 등 상거래로 발생하는 채권을 먼저 변제한다고 밝혔으나, 입점 상인 사이에서는 대금 연체를 둘러싼 불안감이 여전하고 회사의 금융권 부채는 1조4천억원이 넘는다.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 바로 전까지 어음과 단기채권을 발행했고 이 채권이 개인투자자들에까지 유통돼 투자 피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이마트에 이어 2위 업체이지만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는 비판도 터져나왔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그동안 경영악화에 대해 ▲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1조원 ▲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로 이커머스 업체로의 소비자 이동 촉진 ▲ 쿠팡 매출 2019년 7조원→2024년 41조원 ▲ 유통시장 온라인 비율 54%(세계 2위) ▲ 코로나 기간 매출 감소 ▲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원인으로 나열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마트노조와 유통업계는 “남 탓만 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MBK의 ‘전략 실패’를 지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사들이면서 ‘부동산만 팔아도 원금은 회수한다’는 시각으로 유통업을 잘 모르고 접근한 것 같다”며 “전통 유통 강호인 롯데·신세계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 급성장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마트노조 또한 “경영 악화 원인은 MBK의 투자 부족과 전략 부재 때문”이라며 “코로나 때 과감한 투자로 성장한 경쟁업체와 달리 홈플러스는 제대로 된 투자 없이 매장 구조만 변경한 홈플러스 스페셜과 풀필먼트센터(FC)를 운영하다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하고, 부동산 중심으로 경영해 경쟁력이 약화한 것을 ‘패착’으로 꼽았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