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회계 처리 방식 개선해 '주주환원 착시 효과' 줄여야"

"자사주 회계 처리 방식 개선해 '주주환원 착시 효과' 줄여야"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1.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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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자사주 매입, 임의 적립금 등 불투명한 회계 처리 방식이 기업의 실제 주주환원 규모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행 회계 처리 방식으로는 기업의 실제 주주환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환원에 사용했으나, 배당 성향은 22%에 불과했다. 이는 현금 배당 4483억원만 반영하고 자사주 매입 6400억원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모두 포함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실제 총 주주환원율은 53.3%에 달한다.

KT&G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3년 당기 순이익 9027억원 중 현금 배당금액은 5908억원으로 배당 성향이 65.4%였으나, 자사주 매입 3026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주주환원 성향은 99%까지 상승한다. KT, SK텔레콤, 신한지주, KB금융 등도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면 총 주주환원 성향이 최소 11.1%p에서 최대 33.6%p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회계 기준상 자사주 매입은 재무제표에서 배당과 다르게 처리된다. 기업이 배당을 진행하면 이익 잉여금이 차감되지만, 자사주를 매입하면 이익 잉여금 차감 없이 기타자본항목에만 표시된다. 자사주 보유 규모는 재무제표가 아닌 주석에 기재돼 있어 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회계 처리 방식의 문제점은 지난해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에서도 드러났다. 고려아연이 3조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자 영풍 측은 자사주 매입 한도가 586억원뿐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결국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를 계기로 회계 처리 방식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임의 적립금도 주주환원 규모를 왜곡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익잉여금 235조 1344억원 중 임의 적립금이 234조 6836억원으로 99.8%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이익 잉여금 61조 1922억원 중 87.4%인 53조 4667억원, LG화학은 이익 잉여금의 94.7%인 16조 7792억원을 임의 적립금으로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그만큼 배당이 제한된다는 정보를 투자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잉여금 명세서'에 기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자사주도 이익 잉여금 명세서 하단에 별도로 반영,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자사주 소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취득 시 준비금을 설정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회계 처리 방식 개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유가 증권 및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의 평균 PBR은 1.6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36, 영국 2.86, 독일 2.64, 대만 2.01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재무적 안정성만 지나치게 추구하면서 자본 효율성이 저하되고, 임의 적립금이 과도하게 설정됐을 수 있다고 짚는다. 이에 자본 재배치와 효율적 활용을 통해 자기자본 이익률(ROE)를 제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을 배당과 동일하게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임의 적립금 제도를 개선해 투명성을 높힘으로써 주주환원 규모에 대한 '착시 효과'를 줄이고,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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