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1/246334_244081_3149.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배경으로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는 가운데 이 둔덕은 설계 단계부터 잘못됐으나, 한국공항공사가 이를 그대로 승인해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둔덕은 항공기 착륙 유도 시설인 로컬라이저를 지지하는 구조물이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사는 2020년 노후화된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을 진행하며 설계 업체에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만들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설계업체는 오히려 콘크리트 둔덕을 강화하는 설계를 제출했다. 길이 40m, 폭 4.4m, 높이 0.3m의 콘크리트 상판을 둔덕 위에 추가해 구조물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공사는 이 설계를 그대로 승인했다. 이는 '부서지기 쉽게 설계하라'는 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2020년 설계 도면에는 이미 콘크리트 상판이 포함돼 있었고, 감리업체와 시공사 모두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공사가 설계 용역 발주 당시와 최종 승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공사는 복수 언론에 "'부서지기 쉽다'는 표현은 콘크리트 상판이 아닌 둔덕 위 구조물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부서지기 쉬운' 구조를 확보하라는 지침은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데, 콘크리트 상판도 항공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이고 당연히 이 지침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이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규정에 맞게 지어졌다"고 밝혔다가 "규정 관계와 전문가 의견, 해외 사례를 살펴 다시 입장을 내겠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공사의 설계 지시 및 채택 과정에 위법이 없는지 조사 중이다. 설계업체, 시공사, 감리업체는 물론 공사와 국토교통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를 설계한 업체는 여수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설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무안공항, 부산지방항공청,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책임자가 가려지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