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위치·구조가 사고 키웠나… 조류 충돌 사례 최다

무안공항 위치·구조가 사고 키웠나… 조류 충돌 사례 최다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4.12.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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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소방당국이 출동,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으로, 175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소방당국이 출동,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으로, 175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179명의 사망자를 낸 국내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특히 공항 위치와 구조적 문제가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안공항은 서남해안 갯벌과 영산호 등 철새 서식지 인근에 자리해 조류 충돌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은 총 10건으로,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은 발생률(0.09%)을 보였다. 이는 김포(0.018%), 제주(0.0113%) 등 다른 주요 공항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운항 횟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을 보면, 비행기가 1만 편 오갈 때 9번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 안전 운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새가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 손상 및 화재로 이어져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랜딩기어 고장이 조류 충돌에 따라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이후 줄곧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공항 인근 무안군 현경면·운남면 일대에는 1만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되는 등 대규모 철새 도래지가 형성돼 있다. 

2020년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도 "항공기 이착륙 시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폭음기, 경보기, 레이저,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활주로 확장 사업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조류 충돌 예방 설비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공항에는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되지 않았고, 열화상 탐지기가 설치된 곳도 김포, 김해, 제주 3곳뿐이다. 무안공항은 두 장비 모두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반면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은 2012년부터 조류 탐지 레이저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 대부분의 공항은 레이더와 화상 탐지기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최대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46명의 야생동물통제 요원이 음파퇴치기, 비살상용 총, 그물 등을 이용해 24시간 조류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짧은 활주로도 사고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약 2.8㎞로, 다른 주요 국제공항에 비해 짧은 편이다. 인천(3.75㎞), 김포(3.6㎞), 김해(3.2㎞), 제주(3.2㎞) 등 국내 주요 국제공항은 물론, 미국 JFK, 프랑스 샤를 드골, 도쿄 나리타 등 해외 주요 공항 활주로는 대부분 4㎞가 넘는다. 

사고 당시 무안공항은 활주로 연장 공사에 따라 300m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실제 이용 가능한 거리는 2.5㎞에 불과했다. 활주로 길이가 짧으면 항공기 제동력이 약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 사고 항공기는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속도를 줄이지 못해 활주로 끝 외벽에 충돌했다.

전남도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무안공항 활주로를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10년부터 꾸준히 정부에 활주로 연장을 요청한 결과, 2021년 국토교통부 기본계획에 포함돼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무안공항의 미숙한 운영 경험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무안공항은 사고 이전까지 국제선 정규 노선을 단 한 번도 운영한 적이 없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이달 8일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으로, 무안공항이 17년 만에 운영하는 첫 국제선 정기 노선이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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