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중추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잇따른 논란에 휩싸이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올해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여러 중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내부적인 조직 운영 문제와 외부적인 관리 부실이 동시에 드러났다.
인턴 사망 사건을 비롯한 직장 내 갑질과 불공정한 조직 운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불법 의약품 거래 방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 제약사들의 GMP 위반 문제 등 주요 사안들이 폭로된 것.
이로 인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식약처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 국정감사, 국민 건강 위협하는 태도 비판 거세...반복되는 구조적 문제?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10/238377_236467_251.jpg)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기관임에도 최근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조직 내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 불법 의약품 거래 방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 등 다양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문제들은 단순한 관리 소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내부 조직 문화의 문제와 외부 관리 부실로 인해 전반적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으로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식약처의 구조적 문제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온 사건은 식약처 인턴 투신 사망 사건이었다. 계약 종료를 불과 15일 앞둔 30대 인턴이 식약처 청사에서 투신해 사망하며, 식약처 내부의 조직문화가 크게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월 10일, 계약 종료를 보름 남겨둔 30대 여성 인턴이 충북 청주시 식약처 건물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그의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식약처 내부의 불공정한 조직 운영과 인턴 직원들에 대한 보호 체계가 부실하다는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을 둘러싼 배경을 조사 중이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가 된 것은 식약처의 대응 태도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턴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 식약처는 직원 대상 ‘조직문화(갑질 등)’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정직원이 아닌 80여 명의 인턴들은 설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조직 내에서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없었음을 의미하며, 식약처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인턴들이 근무한 환경에 대한 실태 파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식약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징계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던 것. 이는 식약처 내부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을 강하게 비판하며, "피해자의 죽음은 조직 내 갑질 문화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식약처는 청렴도 문제에서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으로서 투명성과 윤리성까지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4등급으로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체감한 청렴도 수준은 5등급으로 평가됐다. 이는 조직 내 소통 체계와 윤리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백혜련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식약처가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내부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철저한 조직 점검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필수 의약품부터 유사 포장 문제까지...식약처, 관리 소홀 구멍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 문제에 대해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점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쿠팡과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불법 의약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음에도 식약처는 이를 적발하고 관리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비판받았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쿠팡에서 불법 의약품이 거래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식약처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이 확인한 결과, 다수의 불법 의약품이 쿠팡을 통해 거래되고 있었으며, 이는 알고리즘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구매가 유도되고 있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를 적발하고 단속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 의원은 "식약처가 불법 의약품 거래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적 대응과 단속 체계 강화를 촉구했다.
불법 의약품 거래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식약처의 이러한 태도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식약처는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불법 의약품 거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태다.
또한 필수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 역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으로 지적됐다. 필수 의약품이 의료 현장에서 잇따라 품절되면서,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식약처의 관리 소홀이 다시 한 번 비판받고 있다.
서영석 의원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식약처가 필수 의약품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촉구했다.
유사 포장 의약품 문제 또한 식약처의 태도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일부 제약사들이 비슷한 이름과 포장으로 의약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이 혼동해 복용할 위험이 커졌지만, 식약처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아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유사 포장 문제는 쌍둥이 약이라고 불리며, 약국 현장에서는 지속적인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나 유사 포장 특히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성 문제로 연결된다.
국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약사들이 스스로 포장을 차별화해야 하지만, 현재는 자율적 개선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5년간 2067개 제약사 중 813개사가 GMP(우수 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GMP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준이다. GMP 위반은 단순한 행정적 오류가 아니라 의약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식약처가 GMP 규정 준수를 감시하고 위반 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식약처, 카카오 계열사 ‘키즈노트’ 특혜 의혹...공공사업에서조차 불투명한 선정과정?

한편, 식약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식약처가 카카오 계열사인 ‘키즈노트’에만 어린이 급식 관리 시스템 관련 자료를 독점적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공공사업에서조차 특정 기업에게 유리한 특혜를 제공한 의혹은 국민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2020년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건을 계기로 소규모 어린이 급식소를 관리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어린이 급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1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지능정보화 컨설팅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카카오 계열사인 키즈노트에만 해당 컨설팅 자료를 독점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된 공공 사업이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진행되었다는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백혜련 의원은 이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공공기관이 특정 기업에만 자료를 제공하고, 경쟁을 불공정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어 “식약처가 카카오 계열사에만 정보를 제공한 것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것과 다름없다”며 공정한 사업자 선정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이 사업은 중단된 상태지만, 식약처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공공사업에서 불공정한 절차를 진행한 것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올해 식약처 국정감사는 내부적으로는 갑질 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외부적으로는 불법 의약품 거래 방치와 GMP 위반 등 식약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관리 소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신뢰를 회복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관리 소홀을 넘어서 구조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식약처가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철저히 점검하고,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