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까지 개정하려는 민주당…의회주의 왜곡 우려

필리버스터까지 개정하려는 민주당…의회주의 왜곡 우려

  • 기자명 오두환 기자
  • 입력 2025.11.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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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오두환 기자]
국회의사당 [오두환 기자]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국회가 쟁점 법안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해 설계된 제도로 불리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두고, 민주당이 이 제도의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꺼내들었다.

이번 개정안은 소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의 본래 취지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 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1(약 60명)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만약 국민의힘이 27일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까지도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면 우리 당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우선해서 처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현행법이 필리버스터 진행 시 본회의 정족수 예외를 두고 있는 점을 바꿔, “필리버스터 중에도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본회의에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또한 의장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장이 무제한토론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진행해야 한다”는 조항과, 필리버스터 종료 후 표결까지 최대 12시간을 공지하도록 하는 절차도 신설됐다. 

그러나 이번 추진을 두고 야당인 국민의힘 측은 “민주주의 말살”이라며 날선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거대 여당이 어떤 양보도 없는 상태라 최후의 수단으로 저희 의견을 전달하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필리버스터 제도는 소수당이 다수의 횡포를 막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그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다수당의 권력 집중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민주당이 스스로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가 예고된다”며 선(先) 입법 행보에 나선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처리를 앞둔 3차 상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한 ‘사전 정비’라고 밝혔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회법 개정안에 속도를 낼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 법안 처리 속도를 관건으로 삼는 것이 곧 다수횡포의 정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의회의 다양성과 견제를 허무는 구조적 변화는 결국 국회 스스로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국회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우선 처리한 뒤 본회의에 올릴 방침이다. 국회법 개정이 먼저 이뤄진 뒤 상법 개정안 등의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흐름이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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