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이 본격화되면서 캐나다 정부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한화오션을 방문해 한국의 잠수함 건조 역량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마크 카니 총리에 이어 멜라니 졸리 산업부(ISED) 장관까지 거제조선소를 찾으면서,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함께 최종 경쟁 단계에 사실상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졸리 장관은 이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최근 진수된 장영실함 내부를 직접 확인하고 ‘장보고-Ⅲ 배치-II’ 잠수함의 성능과 생산 능력을 점검했다.
졸리 장관은 CPSP 평가의 실무 최고 책임자로, 지난 10월 30일 카니 총리 방문 이후 캐나다 정부 고위급이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캐나다가 추진 중인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Victoria-class)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사업으로, 최대 12척 규모·총사업비 약 600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60조원)에 달한다.
캐나다는 북극·대서양·태평양 등 광범위한 해역에서 작전해야 하는 특성상 ▲장기 작전 능력 ▲기술 이전 ▲유지보수 체계 ▲자국 산업 참여 비중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단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캐나다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성장시키는 방식의 조달 모델을 중시하고 있으며, 졸리 장관 역시 최근 “CPSP는 캐나다 경제·기술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라고 강조해 왔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CPSP의 적격 공급자(Qualified Supplier)로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TKMS 두 곳만을 선정했다. 초기에는 프랑스 나발그룹, 스웨덴 사브, 스페인 나반티아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경쟁 단계에서는 한국·독일 2파전으로 압축됐다.
TKMS는 U-212CD·U-214 계열 등 유럽형 잠수함 건조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II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동급 대비 높은 작전능력,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의 운용 경험, 비교적 빠른 납기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카니 총리 방문 당시 잠수함 성능과 납기 역량뿐 아니라 캐나다가 요구하는 산업 참여 모델을 충족하기 위해 방위·우주·지속가능 에너지·핵심 광물·공급망 구축 등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했다.
캐나다 내 조선·정비 업체와의 공동 생산, 주요 부품의 현지 조달, 유지보수 인프라 구축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캐나다가 강조하는 ‘산업 참여 중심 조달 방식’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캐나다 총리와 산업부 장관이 연속으로 한화오션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며, 캐나다 정부가 한국 측 제안을 높은 관심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CPSP는 총사업비만 6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향후 캐나다의 현장 검증 및 평가 과정이 수주전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는 “이번 방문은 CPSP 사업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며 “캐나다가 원하는 기술·속도·산업 참여·공급망 구축을 충족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