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비공개 내용까지 공개…대통령실도 난처한 ‘용범 리스크’

정상회담 비공개 내용까지 공개…대통령실도 난처한 ‘용범 리스크’

  • 기자명 오두환 기자
  • 입력 2025.11.20 12:3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최근 공개 발언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투자·핵 추진 잠수함 등 굵직한 현안이 일단락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미국 측과 후속 이행 논의가 줄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협상 과정의 내부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드러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한마디가 외교 지형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의 대미 투자 상한액을 200억 달러로 명시하는 과정 전반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선의를 기반으로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순 없다”며 미국 측의 표현상 양보를 거부하고, 명확한 ‘200억 달러 상한’을 최종 관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경주 정상회담 직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거의 타결된 것 같다”는 수준으로 조율했지만, 이 대통령이 다시 기준을 더 높였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당시에는 200억 달러 상한을 깔끔하게 얻지는 못했고 조금 더 위에 있었다”며 “이 정도면 실질적으로 200억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표현을 얻어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깔끔한 200억 달러 아니면 못 하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의 실제 정무적 반응도 상세히 공개됐다. 김 실장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정상회담 당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APEC은 APEC대로 잘 치르고 협상을 이어가자”는 문자를 보내자, 러트닉 장관이 ‘200억 달러를 확정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충분하냐’고 답했다며 “30분∼1시간 안에 패키지 내용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핵 추진 잠수함(원잠) 관련 협상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김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으로 오해했다”며 더 명확한 문구를 넣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원잠을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조선소의 지금 상황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했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오션이 인수했지만 규모가 작아 설비 구축에만 5~1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외교·안보 라인에서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필라델피아 조선소 설비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상대국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 반박하는 건 외교에선 거의 금기”라며 “그 말이 미국 측에 전달돼 기조가 바뀌거나 몽니를 부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우려했다.

조인트 팩트 시트에도 건조 장소는 명시돼 있지 않아 후속 조율이 남아 있는 만큼 “굳이 언급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실장은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보낸 문서를 두고 “을사늑약은 저리 가라 할 수준”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 상무부와 세부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김 실장은 이미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했다. 35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처 선정 권한은 미국 측 투자위원회가 갖고 있으며, 한국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시 관세를 높일 수 있는 조항도 MOU에 남아 있는 상태다.

정치 영역에서의 언행도 논란을 더했다. 김 실장은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고성을 내며 항의하다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제지를 받았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발언 태도가 위태롭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 때문인지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데, 그럴수록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방송에서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며 “정치 영역에 들어왔다는 인식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관세·핵 추진 잠수함 등 굵직한 후속 협의가 남아 있어,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그의 발언을 둘러싼 ‘정무적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