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도 석화 구조조정 지연… 업계 자구안 연내 불투명

정부 압박에도 석화 구조조정 지연… 업계 자구안 연내 불투명

  • 기자명 홍찬영 기자
  • 입력 2025.11.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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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 NCC 여수 공장 전경
여천 NCC 여수 공장 전경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자구안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 산단에서는 협의가 진척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먼저 감산에 나섰던 여천NCC 내부에서는 불만이 고조되며 ‘3공장 재가동’ 논의까지 거론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의 25%(약 270만~370만t)를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수를 비롯해 울산·대산 등 전국 주요 석화단지 내 기업들이 자구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대산 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NCC 설비 통합을 추진하며 일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 설비를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넘기고, 양사가 합작사를 설립해 지분을 재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국내 최대 석화단지인 여수와 울산은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 여수산단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GS칼텍스, 여천NCC 등 대형 NCC 업체가 밀집해 있으나, 이해관계가 복잡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 2공장 매각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여천NCC를 다른 업체와 통합하는 방안 역시 주주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이견으로 멈춰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여천NCC 내부에서는 감산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3공장 재가동론’이 불거지고 있다. 여천NCC는 지난 8월 정부 방침에 따라 연간 47만t 규모의 3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다른 업체들이 감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재가동론에 대해 여천NCC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의 경우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이 사업 재편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구체적인 합의안 도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업계의 구조조정 지연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일부 산단의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해 업계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으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지난 9월 울산을 방문해 빠른 자구안 마련을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연내 자구안 도출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기업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구조조정 협의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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