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9/278677_279537_022.jpg)
[더퍼블릭=유수진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타이레놀이 임신부의 자폐아 출산 확률을 높인다”라는 발언으로 미국 내는 물론 국내 제약업계와 임신부들에게 불안이 가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 연구를 근거로 들며 이같은 발언은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연구자는 과거 법원에서 과학적 증거 부족 판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하는 ‘타이레놀 복용 챌린지’까지 등장해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 보건당국·의학계에서 원인 못 밝히자 ‘답답해서’ 직접 나선 트황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여성의 타이레놀 투약과 어린이의 백신 접종 일정에 대해 ‘작심 공격’을 늘어놓은 배경에 대해 제도권 보건의료 전문가들에 대한 깊은 불만과 불신이 깔렸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사정을 잘 아는 취재원 3명은 익명을 전제로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이 급증하는 자폐증에 대한 대책을 기다리는 데에 신물이 났다고 전했다.
자국내 자폐증 실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보건당국과 의학계에서는 그가 원하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거나 대책을 내놓지 못해 자신이 나서야만 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취재원 3명 중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은 분명히 퇴직 후에 제약사로 가려고 하는 보통의 공중보건 관료나 제약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맞히고 약을 투약해 주는 의사와는 다르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 취재원은 이런 관료나 의사는 “(백신이나 약으로 건강에) 해를 입은 자녀들을 사랑해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단 한 차례도 경고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통증 완화에 타이레놀이 안전한 약이라는 의학단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후 “그게 바로 제도권이다. 그들은 많은 집단들로부터 운영자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압도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들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지 않으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논문 저자의 신뢰성이 논란이 된 가운데 하버드에 해당 저자의 타이레놀과 자폐증 관련 논문이 지난달 20일 개제됐다. [사진제공=HAVARD T.H CHAN 홈페이지 갈무리]](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9/278677_279539_547.jpg)
◆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논문 저자 ‘신뢰 논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었던건 하버드대에서 발표한 한 논문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 당시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인 안드레아 바카렐리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바카렐리 학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 연관성을 다룬 기존 연구 46건을 분석해 지난달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신경 발달 장애가 연관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임산부는 죽을힘을 다해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됐다.
바카렐리 학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당국자들과 타이레놀 문제를 합의해왔으며, 당국자들은 기자회견과 인터뷰, SNS 등에서 그를 권위 있는 전문가로 소개해왔다. 하지만 바카렐리 학장은 과거 타이레놀 관련 재판에서 ‘신뢰할 수 없는’ 증언을 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23년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한 후 자녀가 자폐증이나 ADHD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족들이 제약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바카렐리 학장은 원고측 증인으로 나선 바 있으며, 당시 판사는 원고의 주장에 신뢰할만한 과학적 증거 부족을 이유로 소송을 기각함과 동시에 바카렐리의 증언을 문제 삼았다.
판사는 "그의 보고서에서 논의된 내용은 불완전하고, 편향적이며, 때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전반적으로 바카렐리 박사는 자신의 인과관계 주장을 약화하는 연구들은 축소하고, 자신의 주장과 부합하는 연구는 강조한다"면서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근거 자체가 이같은 법원의 판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신뢰성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임산부들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영상을 SNS에 올려 화제다. [사진제공=SNS 갈무리]](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9/278677_279538_424.png)
◆ 트럼프의 발언에 반대하는 美 임산부들 타이레놀 복용 영상 SNS 업로드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 내 임산부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는 그의 주장에 반하는 임산부들이 복용 장면을 SNS에 공유하는 ‘챌린지’에 동참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임산부 ‘그레이스’는 틱톡에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춤추는 영상을 게시해 17시간 만에 약 30만 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임산부인 ‘나탈리’도 “두통 때문에 타이레놀을 복용하겠다”며 “나는 과학, 의료, 의학 어느 분야에서도 학위가 없는 사람의 조언은 믿지 않는다”고 영상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타이레놀이 의사와 상담 후 적절히 복용하면 안전하다는 뜻을 담아 과도한 불안 조성과 오해 확산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를 냈다.
더퍼블릭 / 유수진 기자 sjn302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