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거취 압박’ 속 조희대 “재판 독립은 헌법정신…흔들림 없어야”

여권 ‘거취 압박’ 속 조희대 “재판 독립은 헌법정신…흔들림 없어야”

  • 기자명 오두환 기자
  • 입력 2025.09.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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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여권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판결을 계기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거취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재판의 독립’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의 파상공세에 맞서 사법부 수장으로서 헌법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25일 오후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우리 헌법은 재판의 독립을 천명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며 “재판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정신을 깊이 되새겨, 흔들림 없는 자세로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임명식에서만 다섯 차례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부 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고, 법관에게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 기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다”며 “사법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할 때 국민은 비로소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고, 그 신뢰야말로 사법부 존립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라고 했다.

이어 “재판 독립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법관은 주권자인 국민의 봉사자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법관 개개인의 처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법관의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재판 독립은 국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특히 ‘신독(愼獨·홀로 있을 때도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는 뜻)’을 언급하며 “공적 영역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스스로를 절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외부 인사와의 ‘회동설’ 의혹이 제기됐다가 당사자들이 전면 부인한 상황에서, 직접적 반박은 아니지만 법관 스스로의 처신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오늘날 사회 갈등과 분쟁이 격화되고, 이를 법정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법부가 짊어진 책무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했다.

이어 “인간에 대한 깊은 존중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새 법관들에게 균형 감각을 주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끝으로 “법관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며 “때로는 고난과 시련이 닥쳐올 수 있지만, 그 길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하고 가치 있는 길”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임명식에서는 변호사·검사 등 법조 경력 5년 이상의 법조인 153명이 새로 법관으로 임용됐다. 변호사 출신이 1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출신은 32명으로 지난해(14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재판연구원 출신은 7명이다. 여성 법관 비율은 52.9%(81명)로 남성(72명)을 앞섰다. 평균 연령은 35.7세로, 30대 초·중반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출신별로는 서울대(42명), 고려대(24명), 연세대(23명), 성균관대(11명), 이화여대(6명), 한양대(5명) 순이었다.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은 132명, 사법연수원 출신은 21명이었다. 특히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임 판사들은 내년 2월까지 사법연수원에서 판결문 작성과 사고 훈련 등 법관으로서의 역량과 덕목을 배우는 연수를 거친 뒤, 2월 23일 각급 법원에 배치된다.

법조일원화 제도가 정착되면서 신임 법관의 상당수가 변호사와 검사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구성과 문화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발언을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여권은 “사법부가 국민의 뜻을 거슬러선 안 된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헌법상 재판 독립 원칙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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