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애경산업 소액주주들의 이익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애경산업 소액주주들의 이익침해 우려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란 평가다.
태광산업은 사업 다각화…애경그룹은 재무 위기 해소
17일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는 두 그룹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 거래지만, (애경산업)소액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태광산업,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 측은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를 4500억원 상당에 인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실제 인수 금액은 양사 간 주식매매계약 체결 시점에 확정될 예정이다.
태광산업의 경우 애경산업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83억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섬유 중심에서 신성장 사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사업구조를 ‘B2B(기업 대 기업→B2C(기업 대 소비자)’로 전환하는 등 애경산업의 브랜드 자산과 K-뷰티 시장의 글로벌 확산 수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으로 재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참사와 애경케미칼 실적 부진 등으로 부채 비율이 2020년 233.9%에서 2024년 328.7%로 악화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애경산업 매각 자금을 통해 부채 비율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태광그룹, 애경그룹 오너일가 지분만 인수? 소액주주 이익침해 우려…“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
다만,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로 인해 애경산업 소액주주들의 이익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연 연구원은 “애경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 상당이 매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거래 대상이 오너일가 지분에 한정돼 만약 이대로 진행될 경우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고 소액주주(30.38%)는 기회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소액주주의 기회비용은 914억원 상당(802만 3372주 기준, 12일 종가 적용)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소액주주들의)피해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이익침해 가능성 및 우려가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미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내년 상반기 도입 가능성을 전제로 (인수 범위)형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인수자가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강제로 매수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만 독식하고 소액주주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등 일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수 범위는 크게 ‘50%+1주’와 ‘100% 인수’ 안이 거론되는데, 더불어민주당 다수 발의 법안은 100% 인수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은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일까? “사후적으로 판단될 문제로, 시간이 증명할 것”
한편, 박세연 연구원은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을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서도 “태광산업 주주가치 훼손 여부는 사후적 판단될 문제로 남게 됐다”고 진단했다.
앞서 태광산업 이사회는 지난 6월 27일 태광산업 자사주(24.41%)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3186억원 규모) 발행을 의결했다.
그러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환사채 발행으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 하락 등 주주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며, 법원에 교환사채 발행 금지를 요청하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일 “교환사채 발행이 특정 주주만을 위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사의 충실 의무는 전체 주주 균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 박 연구원은 “주주가치 훼손 여부는 교환사채 발행 자체의 부당성보다는 태광산업이 (애경산업)인수 후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사후적으로 판단될 문제로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환사채 발행이 주주가치를 훼손했는지,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의 마중물이 되었는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