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오는 10월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앞다퉈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금융 당국과 보험 업계의 사망보험 수요 확대의 일환이다.
15일 보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다음달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생명보험사의 대표 상품인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최대 90%까지 연금으로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노후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사망보험금 9억 원 미만의 종신보험을 10년 이상 납입 완료해야하고, 보험계약 대출 잔액이 없어야 한다. 또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일 경우 55세 이후부터 신청할 수 있다.
다음달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가 먼저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출시한다. 올해 우선 '연 지급형' 상품이 시장에 선보이고, 내년에는 '월 지급형'이 추가될 예정이다.
생활비가 당장 필요하지 않는 피보험자의 경우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하지 않고, 원하는 형태로 상속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 방법이 바로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출시하고 있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다.
생명보험사 '빅3'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을 비롯해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 흥국생명 등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에 진출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피보험자 사망 시 사망보험금을 유족에게 일시에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탁회사가 사망보험금을 운용·관리해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자산 관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에서 사망보험금에 대한 청구신탁을 허용하면서, 보험사들의 청구신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입한 보험이 ▲3000만 원 이상 일반사망을 보장 ▲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가 수익자 ▲보험계약 대출이 없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관련 상품 출시 후 올해 6월 기준 누적 계약 건수가 780건, 가입액은 2570억 원에 달한다. 후발 주자 교보생명도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금청구권 신탁 건수 554건, 가입액 800억 원 규모를 판매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은 900조 원 규모다. 생보사 22곳의 일반사망 담보 누적 보유계약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883조 원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 등을 통해 종신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사업들이 기존 사망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신규 고객의 사망보험 가입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사망보험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일부도 신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하고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연금 외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확대 필요성이 나온다.
금융위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향후 요양·간병, 헬스케어 서비스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소 수탁 기준을 보험사 자율에 맡기고, 수익자 범위도 넓히는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규 보험연구위원은 "신탁업 자체가 보험사 영업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도입된 보험금청구신탁을 일반 사망보험에서 저축성보험이나 일반건강보험으로 확대해 보험사가 효율적으로 노후 금융지원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