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1891_272543_1455.jpg)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이 지난달 말 타결한 ‘15% 상호관세 합의’의 배경에는 세계 조선업 판도를 바꾸려는 미 정부의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이 제안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핵심 카드로 작용하면서, 단순한 무역 협정을 넘어선 조선 산업 협력의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한국, 3,500억달러 투자 약속…이중 1,500억달러는 美 조선업에
SCMP는 “한국이 상호관세 합의 이외에,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중 미국 조선 산업의 재건을 지원하고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1천500억달러를 쓰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투자금은 신규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MRO)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국영 금융기관들이 대출과 보증을 통해 투자 구조를 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간 무역 협정 타결을 언급하며 “양국이 완전한(full and complete)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15%의 상호관세를 확정하면서도, 조선업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美 해군성 장관, 필리조선소 방문해 김동관 부회장과 협력 방안 논의 [한화오션]](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1891_272545_1619.jpg)
중국 조선업 견제…미국, 한국 기술력 활용
SCMP는 “한국 조선산업은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고 중국 지배력을 억제하려는 워싱턴의 야망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0월부터 중국에서 건조되거나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에 대해 항만 사용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해당 선박은 미국 항구 입항 시 최대 100만달러 또는 톤당 1천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조선소에 신규 발주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한국의 선박 신규 발주 점유율은 25.1%로 급등한 반면 중국은 51.8%로 하락했다.
한국 대표 조선사인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
SCMP는 “이 같은 투자는 한국 조선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고, 미국 내 조선 산업 기반을 복원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투자 규모 크지만 실행 난항 가능성”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선박 자문업체 베스푸치 해양의 설립자 라르스 젠슨은 “미국에 투자하는 주체는 국가가 아닌 개별 기업으로 해당 정부가 기업에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건 쉽지만 실제 실행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중신증권 우자루 애널리스트 역시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를 중심으로 미국 조선 산업 경쟁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공급망과 생산 능력의 한계로 인해 조선업 전체를 부활시키려면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기술 전문성과 재정 투자를 관세 인하와 교환하는 판돈이 큰 거래를 했다”며 “불확실한 보상과 장기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