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미국의 대중국 제재 여파로 컨테이너선 발주 수요가 한국으로 몰리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점유율이 25%를 기록했다. 반등 흐름은 뚜렷하지만, 글로벌 발주량이 급감한 가운데 업계는 일시적 반사이익에 그치지 않도록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해운·조선업 2025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국 조선사의 수주 점유율은 표준선 환산톤수 기준 2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2%)보다 8%포인트(p) 가까이 상승한 연간 수주 점유율이 10%대에 그쳤던 작년보다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번 점유율 반등은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컨테이너선 발주 수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미 정부가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선주사에 입항 수수료 등의 제재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선주들이 보다 안정적인 조달처인 한국 조선소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동안 컨테이너선은 중국 조선소의 주요 수주 품목이었지만, 이번 조치 이후 관련 수요 일부가 한국으로 넘어오며 국내 점유율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보고서는 컨테이너선 수주 증가로 한국의 점유율이 높아졌지만, 전체 조선업황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939만CGT로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국내 주력인 LNG선 발주량도 83% 가까이 급감했다.
한국도 수주량(487만CGT)과 수주액(161억4천만 달러)이 전년 대비 각각 33.5%, 31.8% 감소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와 같은 통상 갈등이 발주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도 선주들이 투자에 신중할 것으로 보여, 올해 전 세계 발주량은 전년보다 약 46% 줄어든 4000만CGT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대중 제재 반사이익을 토대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보고서는 "점유율 회복은 미·중 간 대립 구도에서 얻은 어부지리에 불과하다"면서 "약간의 시간을 번 정도의 기회로 여기고 중국과의 품질 격차를 벌리는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