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정진철 기자] 미국 제작사 작품에도 빛나는 한국 문화의 위력… "스파이더맨보다 뛰어나다" 극찬 쏟아져
대한민국 콘텐츠의 위상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비영어권 콘텐츠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사례가 드물지만, 우리는 이미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수많은 작품들이 이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전통문화와 토속 신앙에 현대 K-POP 문화를 절묘하게 녹여낸 애니메이션 영화 **'K-POP 데몬 헌터스'**가 또 한 번 이 놀라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넷플릭스 차트를 뒤흔든 'K-POP 데몬 헌터스'의 등장
스트리밍 순위 집계 매체 플릭스페트롤에 따르면, 'K-POP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공개 직후 무려 26개국에서 1위 자리에 오르고, 전 세계 순위 1위까지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개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탑 10에 진입하는 등 압도적인 인기를 과시하는 중이다.
'K-POP 데몬 헌터스'는 K-POP 슈퍼스타 루미, 미라, 조이가 스타디움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비밀 능력을 이용해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흥미로운 줄거리를 담고 있다. 제목에 'K-POP'이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으나, 일각에서는 혹 작품의 완성도가 낮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공개 후 쏟아지는 전 세계적인 호평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스파이더맨보다 뛰어나다"… 비평가와 관객 모두 사로잡은 수작
애니메이션 전문 매체 코믹북은 'K-POP 데몬 헌터스'가 "넷플릭스의 새로운 인기 영화이자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라며 극찬했고, 미국에서도 1위를 차지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소니 픽처스가 제작을 발표한 이후 4년 만에 공개된 이 작품은 기존 애니메이션 팬들뿐만 아니라 K-POP 팬들에게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매체 스크린랜트는 이 작품을 "매년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온갖 종류의 오리지널 영화 중 2025년 공개작들 중 비평가들로부터 엄청난 극찬을 받고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한국풍 판타지 영화"라고 소개했다. 현재 **로튼 토마토에서 비평가 평점 94%, 관객 평점 95%**라는 경이로운 평가를 기록 중인데, 심지어 많은 비평가들이 이 작품을 소니의 대표작 '스파이더맨'보다도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소니는 '스파이더맨' 이후 자신들의 가장 혁신적인 작품으로 'K-POP 데몬 헌터스'를 준비했으며, 이 작품을 통해 장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튜디오 중 하나라는 평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경이로운 고증'과 '강렬한 사운드'의 만남
'K-POP 데몬 헌터스'에 대한 놀라운 평가들이 쏟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제대로 된 한국 문화 고증'**에 있다. 그동안 미국 스튜디오가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들 때 엉성하거나 어설픈 경우가 많았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포브스는 이 작품을 연출한 강민지(Maggie Kang) 감독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강민지 감독은 시작 단계부터 한국의 요괴 신화와 설화를 탐구하고 강렬한 여성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영화 속에는 저승사자, 악령을 내쫓는 퇴마 의식, 사인검, 일월오봉도, 자코도와 같은 한국 고유의 토속 신앙적·신화적 요소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또한, 김밥이 담긴 옛날 분식집 접시부터 사소한 소품, 배경 장식 하나하나까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놀라운 묘사를 선보인다.
여기에 'K-POP'이라는 현대적인 한국 문화 요소를 더하고 믹스했으니 극찬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민지 감독은 K-POP 그룹들과 팬덤 문화에 대해서도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팬덤 용어, 응원봉, 포토카드, 팬사인회, 버라이어티 쇼, 컴백 등 실제와 유사한 모든 장치들을 검증하여 팬 문화를 완벽하게 담아냈으며, 이 과정에서 스스로 열렬한 K-POP 팬이 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음악적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의 메이저 레이블들과 협업하여 트와이스가 OST를 부르는 등 K-POP 팬들에게도 큰 만족을 선사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매우 강렬하며, 기존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이다. 레딧 커뮤니티에서는 이 영화 삽입곡들이 너무 좋아서 영화를 두세 번 넘게 보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글로벌 시너지를 위한 한국적인 디테일
애니메이션 작업은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이티즈, 스트레이키즈, 빅뱅, 몬스타엑스 등 K-POP 아이돌과 차은우, 남주혁과 같은 한국 배우들의 실제 얼굴을 토대로 진행되었다. 영어 더빙 과정에서도 캐릭터들의 표정이 한국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공을 들였으며, 다수의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한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이병헌, 안효섭, 김유진 등 한국 유명 배우들과 켄 정, 대니얼 대 킴 등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들이 한국어 더빙에 참여하여 글로벌 시청자들이 어느 언어로 시청하든 한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중목욕탕 로고나 한의원 에피소드 등은 한국의 실제 모습 그대로 재연되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이 놀라운 작품이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과 기술력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K-POP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의 위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의 세계 1위 등극을 축하하며, 앞으로 우리나라 제작사에서도 이와 같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응원한다.
더퍼블릭 / 정진철 기자 jeong344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