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겨우 2%…'제2의 연금'은 옛말?

퇴직연금 수익률 겨우 2%…'제2의 연금'은 옛말?

  • 기자명 안은혜 기자
  • 입력 2025.06.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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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서 예·적금 제외 방안 논의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을 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연합뉴스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을 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제2의 연금'인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전진규 한국증권학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을 주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국민연금은 고령화·저출산 속 재정 지속 가능성에 직면해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개혁 논의가 시급하다"며 "퇴직연금은 400조 원 규모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저조와 운용구조의 비효율성이 문제로, 제도 전면 개편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총 431조7000억 원이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미리 적립해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로, 예·적금처럼 원리금을 보장받거나, 주식·펀드 등 수익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에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퇴직금을 굴려서 노후 대비에 보태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 DC형·기금형으로 체질 개선 시급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의 '사적연금제도 연금화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낮은 수익률과 중도 인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퇴직연금이 이름뿐인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대대적인 수술을 제안했다.

퇴직연금의 10년 장기 평균 수익률은 2.07%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도 벅찬 수준이다. 정부가 수익률 제고를 위해 2022년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했음에도 지정 가입자의 대부분(87.2%)이 '원리금 보장형'이기 때문이다. 

원리금 보장형이란 예금, 적금처럼 원금에 약속된 이자만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싶어하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 그러다보니 퇴직연금 수급자 10명 중 9명은 한 번에 돈을 받는다. 

2023년 기준 수급자 89.6%가 일시금으로 퇴직연금을 받았다. 일시금 수령 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1646만 원으로, 연금 수령 계좌 평균 수령액(1억3976만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확정기여형(DC) 제도로의 전환과 기금형 제도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저성장·저임금 시대에는 임금인상률에 연동된 확정급여형(DB)보다 자본시장 수익률에 기반한 DC형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별 근로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계약형과 달리 기금형은 전문가 집단이 연금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해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디폴트 옵션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인 예·적금 등의 상품을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 중도 인출 규제하고 연금 매력 높여야

2022년 한 해에만 약 5만명이 1조7000억 원을 중도 인출했다. 이 중 46.6%는 주택 구입 목적이었다. 30∼40대 가입자들이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미래의 노후 자금을 현재로 끌어다 쓰는 상황이다. 

이는 당장의 주거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노후 자산을 고갈시켜 장기적인 빈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 퇴직연금 상품을 파는 금융사들은 1조 원대의 수수료를 챙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수료는 대부분 가입자의 수익률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비율로만 부과하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벌어들인 수수료는 총 1조6840억 원이다. 이 중 상위 7개사(신한은행, 국민은행, 삼성생명,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미래에셋증권)가 벌어들인 수수료가 1조1201억 원(66%)이다.

연금 상품 자체의 낮은 매력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55세 남성이 연금에 가입할 때 장수 효과로 얻는 추가 수익은 0.5%에 그쳐 사실상 연금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보고서는 퇴직연금의 연금화를 유도하기 위해 ▲연금 수령 시 세제 혜택 강화 ▲고령층을 위한 연금 개시 연령 연기 옵션(고연령 거치 옵션) 활성화 ▲다양한 연금화 상품 개발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꾸준히 쌓이고 있다. 내년 말에는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추진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법안 발의 계획을 밝히고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조속히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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