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트럼프에 '韓 자동차 관세' 부추기나… "시장에 무제한 자유"

포드, 트럼프에 '韓 자동차 관세' 부추기나… "시장에 무제한 자유"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2.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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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공언에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한국 자동차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만 고율 관세를 매기면 한국 기업에 '무제한적 자유'를 줄 수 있다"고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한국으로 관세 화살을 돌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최고 경영자(CEO)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울프 리서치 주최 자동차 산업 콘퍼런스에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150만~200만대의 차를 미국으로 들여오는 한국·일본·유럽 자동차 기업에 무제한적 자유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리 CEO는 실적 발표 현장에서도 "토요타와 현대차·기아는 연간 수십만대의 차를 사실상 관세 없이 팔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시행하려면 모든 국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리 CEO의 이런 발언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170만 8293대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2020년 5위에서 한 단계 상승한 것으로, 4년 만에 판매량이 41.4%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포드의 판매량은 206만 5161대로 6.9% 증가에 그쳤고, 순위는 1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판매량 58.3%인 99만 5477대를 한국에서 생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에 완성차 2곳의 공장을 둔 포드는 연간 36만대를 미국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이에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하며 한국, 일본을 '주요 영향 국가'로 지목했다. CNBC는 글로벌 데이터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한국과 일본산 차량이 전체의 16.8%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한국산 차량 비율은 사상 최대인 8.6%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트럼프의 자국 내 일자리 창출 방침에 호응하고 있다. GM은 멕시코산 대형 픽업트럭 생산을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5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일까지 국가별 상황을 검토한 뒤 관세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1조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면제가 전망된다. 반면 한국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드가 딱히 한국 기업을 편들 이유가 없는 만큼, 팔리 CEO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한국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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