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방미통위법)을 통과시키면서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내년 8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되며, 사실상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난다.
민주당은 “방송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국민 품으로 돌려놓는 개혁”이라고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이진숙 퇴출을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법안 통과의 배경을 둘러싸고 여야의 해석은 극명하게 갈린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편이 “방송 장악을 위한 이재명 정권의 속내”라며 반발한다. 김장겸 의원은 필리버스터에서 “임기 보장이라는 헌법적 안전핀을 무력화시켜 유일한 정무직인 이 위원장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언론 독립’을 내세웠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는 순간”이라고 했고, 최민희 의원은 “방송통신의 새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이진숙 굿바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현 위원장을 겨냥했다.
새로 출범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기존 방통위 기능에 과기정통부의 미디어 진흥 업무를 합친 조직이다. 대통령 지명 2명,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3명 등 총 7명 체제로 꾸려지며, 사실상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다. 민주당은 이를 “권력 균형 장치”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정권이 원하는 구도를 만들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한다.
또한 방송3법 개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 교체, 편성위원회 신설 등도 동시에 추진돼 방송사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위원장은 “사실상 노조 권력에 방송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법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구멍투성이 ‘치즈 입법’이자 나를 겨냥한 표적 법령”이라고 직격했다. 이 위원장은 또 “공영방송을 좌파 진영에 조직적으로, 법적으로 가져다 놓는 법안”이라며 “방송의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8일에도 “너무나 허점이 많다. 곳곳이 구멍이다. 왜 방통위가 5명에서 7명으로 늘어나나, 왜 9명이 아니고 5명이 아니고 7명이 되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다”라면서 ““헌법소원, 가처분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위헌성을 알리겠다”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7년간 방송과 통신의 교차점에서 정책과 심의, 규제를 담당해 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조직 자체가 폐지되면서 방송 거버넌스 전체가 새 틀로 재편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방송 장악’ 논란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