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조건이다.
18일 공정위는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합작회사를 설립해 G마켓-알리익스프레스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정보를 차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 1월 24일 계열회사인 아폴로코리아가 3조 400억원 가치의 G마켓 주식 100%를 현물출자해,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주식 50%를 취득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공정위 신고했다.
신세계 측이 알리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보유한 그랜드오푸스홀딩에 G마켓 지분 100%를 현물출자 함에 따라, 그랜드오푸스홀딩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고, 신세계 측은 G마켓 지분을 현물출자 한 대가로 그랜드오푸스홀딩 지분 50%를 보유하게 돼, 결과적으로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법인이 되는 것이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기업결합을 통해 글로벌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G마켓의 풍부한 국내 사업 경험 및 신뢰도를 결합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공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던 사업자들 간 기업결합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시장점유율 37.1%로 1위 사업자이고, G마켓은 시장점유율 3.9%의 4위 사업자다. 따라서 기업결합 이후 G마켓-알리 합작회사는 합산 시장점유율 41%로써 1위 사업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나아가 최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알리익스프레스의 적극적인 국내 사업 확장 추이 등을 고려하면, 지마켓-알리 합작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기업결합 이후 41%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특히 공정위는 “G마켓, 알리익스프레스가 밝힌 기업결합 목적과 플랫폼 간 기업결합의 특성에 비춰 정보자산(데이터)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보고 이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G마켓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 오면서 확보한 5,000만 명이 넘는 회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소비자의 소비성향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 집단의 소비패턴과 관련한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전 세계 200여 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별 상품별로 모든 국가의 구매 건수 및 평점을 누적·공유해 노출시키는 등 소비자 선호와 관련된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가 속한 알리바바그룹은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의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활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G마켓이 보유한 국내 소비자 데이터와 알리익스프레스의 전 세계 소비자 선호 관련 데이터베이스 및 수준 높은 데이터 분석 기술이 상호 보완적으로 통합돼 소비자 데이터가 양적, 질적으로 확대·강화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해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이용자수 증가→판매자 유입→이용자 수 더욱 증가)가 맞물려 ‘G마켓-알리 합작회사’로의 쏠림현상이 배가되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어 “반면, G마켓-알리 합작회사만큼의 데이터 능력이 없는 경쟁사업자들은 이용자 이탈을 경험하거나 이를 막기 위한 대규모 투자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고, 결국 시장의 진입장벽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상대방의 소비자 데이터 이용을 금지하고(소비자 데이터를 다른 형태의 데이터에 반영하여 우회적으로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행위도 금지) ▶해외직구 외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상대방 플랫폼에서 이용하는 것에 관한 실질적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며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노력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해당 시정명령은 시정명령을 받은 날부터 3년간 유효하고, 공정위는 3년 간 시장 상황의 변동 등을 검토해 시정명령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이행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시정명령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공정위에 주기적으로 보고토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온라인 해외 직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간 결합이 야기하는 효과를 면밀히 검토, 경쟁 왜곡 우려와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특히 디지털 시장에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이터 결합의 경쟁제한 효과를 심도 있게 검토해 시정조치를 설계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업결합을 통해 국내 판매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이용해 보다 손쉽게 해외 판로를 개척하게 되면 역직구(해외 직접판매)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시 데이터 결합의 효과를 꼼꼼히 검토하는 한편, 데이터가 경쟁, 시장구조 및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디지털 대전환 시기에 시장의 혁신적 투자를 유도하고, 특히 국민 생활에 밀착돼 있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소비자 후생을 보호하는 역할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