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롯데손해보험에 다수의 ‘경영 유의 사항’을 통보했다. 단순한 절차상의 실수를 넘어 회사 전반의 내부통제와 관리 체계가 허술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여러 부문에서 기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이 가운데 신용공여 심사에서는 내부 검증 절차가 미흡했고, 지급여력비율 산출 과정에서도 회사에 유리하게 계산된 정황이 확인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손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손보, 대주주 인수금융에 내부통제 부실 드러나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4830_275531_1457.jpg)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금감원은 지난 25일 롯데손보에 총 17건의 경영 유의 사항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특히 롯데손보가 대주주 관련 인수금융(기업 인수 자금을 빌려 조달하는 방식) 과정에서 대규모 신용공여를 집행하면서 내부통제와 투자심사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자산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보험사가 오히려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2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빅튜라 유한회사가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롯데손보는 기존 중순위 담보대출과 선순위 대출 원리금을 상환한다는 명목으로 ‘1차 대출’을 집행했다. 이어 2024년 10월에는 이를 대환하기 위한 ‘2차 대출’까지 실행됐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이 과정에서 롯데손보는 채무상환 능력, 담보 적정성, 투자 한도 등 핵심 심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대규모 손실 위험을 떠안고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내규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인수금융 투자 시 차주의 누적 채무상환능력(DSCR)을 분석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1·2차 대출 집행 과정에서 이러한 평가를 생략했다. 단순히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만으로 ‘양호’ 등급을 부여했고, 만기 상환 방식도 ‘일시상환’으로만 기재한 채 대환 가능성이나 매각 가능성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검토하지 않았다.
채권 보전 장치 역시 허술했다. 통상 인수금융은 피인수 회사 주식을 담보로 잡지만, 롯데손보는 자사주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질권 설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별도 담보 없이 대출을 집행했다.
문제는 신용대출의 경우 부실이 발생하면 선순위·중순위 채권자가 담보를 우선 회수한 뒤 남은 자산만 배분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담보 가치가 충분하다는 전제 아래 신용대출과 중순위 담보대출의 위험을 동일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롯데손보는 대체투자 부문에서 손실이 이어지자 지난해 위험관리위원회를 통해 국내 인수금융 투자 한도를 설정하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자산운용위원회가 대주주에 대한 2차 대출을 집행하기로 결정하자 위험관리위원회에서 인수금융 한도를 초과한 투자를 승인했다. 결과적으로 내부 견제 장치는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담보인정비율(LTV·담보가치 대비 대출 가능 비율) 관리도 미흡했다. 롯데손보의 1차 대출 당시 LTV는 94.3%, 2차 대출은 무려 99.6%에 달했다. 사실상 담보 가치와 대출액이 거의 같아 주가가 조금만 하락해도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였다.
투자심사팀은 이 같은 이유로 ‘투자 유의’ 의견을 냈지만, 심사 책임자는 “유사 사례에서 주가 하락이 곧바로 투자손실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낙관적 평가를 내렸다. 그 결과 LTV 관련 심사의견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사례와 관련해 “롯데손보는 향후 신용공여 등 투자를 진행할 때 채무상환 계획과 LTV의 적정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며 “자산운용위원회가 위험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넘어서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ICS 비율도 높게 산출돼…금감원 적발
![▲롯데손해보험 [사진=롯데손해보험]](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4830_275537_2454.jpg)
아울러 롯데손보는 보험업권에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된 2023년 말부터 2024년 9월 말까지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된 사실도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최소 기준선은 130%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K-ICS 도입을 결정한 이후 2017년부터 10여 차례 정량적 영향평가(QIS)를 실시하며 보험사들에 충분한 적응 기간을 제공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손보는 제도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채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위험경감기법을 적용하면서 필수적인 문서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위험경감 효과를 반영했다. 산출 기준일로부터 5~14개월이 지나서야 문서화를 진행했음에도, 이미 반영된 수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규정을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위험경감기법은 재보험, 파생상품, 신용위험경감 수단(담보·상계·보증 등)을 활용해 요구자본을 줄이는 방식이다. 다만 보험사가 이를 인정받으려면 대상 자산의 특성, 평가 주기, 대응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해야 한다.
롯데손보는 또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해약률 산출에서도 오류를 범했다. 이 상품은 해약환급금 수준이 낮아 일반 상품보다 해약률을 낮게 반영해야 하지만, 회사는 일반형 상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자의적 해석과 산출 오류로 지난해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실제보다 26.3%p 높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회사가 주장한 비율은 위험경감 효과를 반영한 173.1%였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제 비율은 146.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는 “K-ICS는 계산 방식이 정해져 있어 임의로 수치를 부풀릴 수 없다”며, K-ICS 비율 산출 오류에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본지>에 전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에 대해 “향후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K-ICS 비율 산출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검증·확인 체계를 재정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PF·광고·명령휴가까지…‘전방위 경고’ 받아
![▲ 롯데손해보험의 비전과 이은호 대표이사 [사진=롯데손해보험 홈페이지]](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4830_275539_2613.jpg)
이에 더해 롯데손보의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심사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 조사 결과 회사는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를 자산운용위원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최초 투자 이후에도 사업비나 전망을 재점검하지 않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 평가 자료조차 보관하지 않아 심사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롯데손보는 광고 사전심의 과정에서도 미흡함이 드러났다. 보험사는 소비자를 오도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되지만, 롯데손보는 광고 제작 과정에서 특정 단체의 발표나 통계자료를 인용하면서 출처 및 문구를 잘못 표기하고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타사 상품보다 자사 상품이 우월하다고 강조한 사례도 적발됐다.
명령휴가제 운영도 롯데손보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롯데손보는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명령휴가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실제 운영은 지침과 달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회계·자산운용·구매·영업·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를 대상으로 해야 했지만 일부 부서에만 적용됐고, 휴가 기간도 규정(2~5영업일)에 미치지 못하는 하루에 그친 사례가 적발됐다.
이 밖에 롯데손보는 ▲정보처리 업무 위·수탁 관리 ▲계약사무업무 관리 ▲위험관리위원회 운영 강화 ▲모집수수료 관리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제 구축 ▲전자금융사고 대응 및 전산서버 관리 등 총 17건에서 경영 유의 사항을 지적받았다. 이에 따라 회사는 앞으로 6개월 안에 개선 조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 초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었던 롯데손보는 이번 제재로 또다시 경영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됐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보험업 특성상, 내부통제 부실과 반복된 제재가 시장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롯데손보는 대주주 변경과 자본 확충 등 구조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재무구조 개선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