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손에 넘어간 전세사기 주택…정부 매입은 ‘그림의 떡’

대부업체 손에 넘어간 전세사기 주택…정부 매입은 ‘그림의 떡’

  • 기자명 홍찬영 기자
  • 입력 2025.06.02 10:3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특별법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피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간 뒤, 근저당권을 확보한 대부업체가 낙찰가를 높이는 ‘방어 입찰’에 나서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 자체가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도, 보증금도 지키지 못한 피해자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LH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사전협의 건수는 1만1733가구로, 전체 피해자(2만9859명)의 40%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해 놓은 상태다.

당초 해당 특별법은 2023년 6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됐지만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국회는 2025년 5월 1일 이 법의 유효기간을 2027년 5월 31일까지로 2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거나, 보증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특별법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간 뒤, 근저당권을 인수한 대부업체가 ‘방어 입찰’을 통해 낙찰가를 끌어올리면, LH의 매입 자체가 무산돼 피해자가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LH는 내부 기준상 ‘과도한 낙찰가’에는 응찰하지 않도록 되어 있어, 민간 채권자의 고의적 방어 입찰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매입이 불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집은 물론 보증금도 지키지 못한 채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구제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특별법이 민간 채권자의 입찰 개입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 등 NPL(부실채권) 운용사들이 근저당권을 사들여 우선순위 채권자로 낙찰 경쟁에 참여할 경우,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어 입찰 자체는 합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 구제가 완전히 막힐 수 있다”며 “LH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등 입찰구조 자체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동향을 파악 중이며, 제도 보완 필요성에 대해 관계기관과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