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권한침해 확인 부분 중 심판청구의 적접 여부에 대해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 3명은 권한쟁의 청구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 의견을 냈다.
이외에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지위확인 등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헌재의 권한쟁의는 탄핵심판(6인 이상 찬성)과 달리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8인 체제인 현재 헌재는 5인 이상이 인용기준인데 과반수를 겨우 넘긴 것이다.
헌재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청구인(우 의장)이 선출한 마은혁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청구인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최상목 대행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헌법과 헌재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그 선출 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위 사람(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중 정계선과 조한창만을 재판관으로 임명한 후 현재까지도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대통령이 자신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음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헌법기관 간 권력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하여 헌법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청구인에게 부여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이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헌법 제71조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2/252177_250787_3938.jpg)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최 대행 측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의 협의 없이 재판관 선출안을 청구인에게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같은 날 본회의에서 재판관으로 선출된 3인을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우 의장이 본회의를 거치지 않고 심판을 청구한 것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심판 청구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으나 국회의 사후적인 '임명 촉구 결의안' 가결로 보완됐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별개 의견을 남겼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국회 본회의를 열어 '헌법재판소 재판관 마은혁 임명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시 결의안 채택에는 168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의원들은 부당한 결의안이라고 반발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결의안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마 후보자의 지체 없는 임명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민주당 소속 박찬대 운영위원장이 대표 발의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최 대행에게는 마 후보자를 임명할 법률상 의무가 생겼다. 헌재법 66조는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정한다.
다만 헌재는 "청구인은 마은혁이 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피청구인은 마은혁을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청구는 헌재로 하여금 마은혁에 재판관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정을 해달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헌재가 권한침해 확인을 넘어 일정한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및 헌재법상 근거가 없으므로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헌재가 직접 마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최 대행에게 명령하거나, 그 지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2/252177_250788_4010.jpg)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 강민구 전 부산지방법원 법원장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직접적인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위법성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즉각적으로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은 단순한 기계적 절차가 아니라, 일정한 재량이 수반되는 권한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이 나왔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따르지 않고, 일정 기간 내부 검토 및 추가적인 고려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는 헌법재판관 후보로 정계선·마은혁·조한창 후보자를 선출했으나, 최 대행은 임명을 미루다 지난해 12월 31일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의 임명은 보류했다.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우 의장은 최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3인 중 2인만 임명해 국회의 헌재 구성권,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지난달 3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