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최근 4년간 한국·미국·일본·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주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 기업만 유일하게 하락세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기업 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의 시가 총액 상위 10대 기업들을 비교한 결과, 한국 기업들만 유일하게 시가총과 영업 이익에서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0년 말부터 2024년 11월 말까지 4년 동안 한국 상위 10대 기업시총은 735조 ㅜ4202억원으로, 842조 8808억원에서 12.7%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일본, 대만의 상위 10대 기업들은 각각 106.9%, 53.3%, 82.9%의 시총 증가율을 보였다.
영업 이익 면에서도 한국 기업의 부진이 뚜렷했다.
한국 상위 10대 기업의 영업 이익은 2020년 44조 3132억원에서 2024년 35조 3121억원으로 20.3% 감소한 반면 미국은 119.9%, 일본 116.3%, 대만 122.8%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대만 기업들은 시총이 4년 전 한국보다 낮았으나 최근 2.1배 차이로 격차를 벌렸다.
국가별 시총 1위 기업 간 비교에서도 한국 기업의 부진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 시총이 483조 5524억원이었으나, 2024년 11월 말에는 323조 5622억원으로 3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 이익 역시 27조 7685억원에서 6조 5670억원으로 76.4% 급감했다.
반면 미국 애플은 같은 기간 시총이 59.0% 증가하며 3조5874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 이익도 85.9% 늘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도 시총이 55.2%, 영업 이익은 123.1%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만 반도체 대표 기업 TSMC는 시총이 87.9%, 영업 이익은 147.2% 폭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 상위 10대 기업 중 일부는 시총과 영업 이익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대다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기아 등은 시총이 증가했으나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주요 기업들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업황 부진과 맞물려 영업 이익이 76.4% 급감하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기업별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기아가 각각 영업 이익 1113.9%, 477.6% 증가율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 고려아연, 현대모비스 등도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격차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불안정한 경제 환경 속에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으로 저평가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저평가를 넘어 심각한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증거"라며 "최근 정치적 혼란과 경제 불확실성은 이미 위기에 처한 한국 기업들에 핵폭탄급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에서 입지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혁신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